반기문은 친박 후보?…새누리 내부 복잡한 셈법

[the300]반기문 대권 시사, 친박계 운신의 폭 넓혀…"반 총장이 친박 업으면 필패" 상반된 시각도

진상현 기자 l 2016.05.30 17:22

 

30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6차 UN NGO포럼에 개막식에 참석한 반기문 UN총장이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경북도청제공)2016.5.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 중 대권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여권 내부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친박(친 박근혜)계를 중심으로 거론돼온 TK(대구경북)와 충청이 결집해 반 총장을 미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총선 이후 뚜렷한 구심점을 찾지 못한 비박(빅 박근혜)계로선 자칫 차기 경쟁에서 주도권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새누리당에 혁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반 총장이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다면 기존 주류인 친박계와 손을 잡는 것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상반된 분석도 나온다.

30일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성태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 내용이 화제가 됐다. 김 의원은 반 총장이 여권 후보군 중 한명으로 경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해, 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쳤던 비박계 일부가 반 총장을 놓고 분열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김 의원이 "반 총장이 새누리당 대권 주자로 나서는 것을 환영하고, 당 대선 후보는 추대가 아닌 선의의 경쟁을 통해, 당헌 당규 및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출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언급을 한 것이라고 정정하면서 파장은 더 확산되지 않았지만, '반 총장 부상'에 따른 여권의 복잡한 상황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반 총장은 차기 대권 주자를 찾지 못하던 친박계에서 주로 거론했던 카드라는 점에서 그의 부상은 친박계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것일 수 있다. 친박계가 현재의 권력에 그치지 않고 미래 권력 창출도 주도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충청대망론'과 결합할 경우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 실제로 비박계 실세 중 한명인 홍문표 의원도 같은 충청 출신인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수차례 피력했다. 친박과 비박 사이에 끼어있다고 말하는 정진석 원내대표도 충청 출신이다. 친유승민계로 통하는 김세연 의원은 반 총장의 '멘토'인 한승수 전 총리의 사위다. 반 총장이 확실하게 부상할 경우 비박 진영이 분열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반대의 해석도 나온다. 총선 참패 후 새누리당에 혁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존 주류인 친박계가 주도하는 후보로는 대선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시각이다. 친박이 당권을 계속 쥐고 영향력을 발휘할 경우 당 쇄신에 한계가 있을 수 있고 그 상태로는 반 총장이 여권 후보로 나서도 본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총선 전 친박계가 반 총장을 지지했을 때와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반 총장이 특정 계파를 등에 업고 나올 경우 대선은 필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이 아직 현실 정치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차기주자로 올인하기는 이르다는 얘기다.

한 정치 분석가는 "새누리당이 혁신을 하면 비주류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친박이 주도권을 쥐고 가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반 총장과 친박이 결합하는 시나리오는 총선 전 보다 가능성이 훨씬 낮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