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싱가포르 합의’ 협상 기조 확인한 한·미 정상회담

2019.09.24 21:04 입력 2019.09.24 21:06 수정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열어 북한과의 70년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내용의 ‘싱가포르 합의’ 정신이 유효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북한을 상대로 무력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불가침 약속도 재확인했다. 아울러 북한의 대화의지를 긍정 평가하고 조기에 북·미 실무협상을 통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이 지난해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정신을 복원한 것은 가장 주목할 대목이다. 미국이 합의 불발로 끝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과 다른 태도로 대북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비핵화보다 우선순위에 배치돼 있다. 하지만 합의 이후 미국 내 강경파의 비판에 휩싸인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선 비핵화’에 집착하는 바람에 후속 협상이 장기 교착된 것은 알려진 대로다. 불가침 약속과 싱가포르 합의를 강조한 것은 북한이 제기해온 안전보장 의제에 화답하는 성격도 있어 보인다. 미국이 싱가포르 합의 정신으로 되돌아간다면 북·미 실무협상도 긍정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법’이 거론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해온 ‘리비아 모델’을 비판하면서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 모른다”고 했다.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에 유연성을 비친 것으로 해석되면서 이번 회담에서 윤곽이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돼왔던 터다. 아울러 대북 제재가 유지돼야 한다는 언급은 있었지만,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경협에 대해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실망할 건 없다. 임박한 협상을 앞두고 전략과 협상카드를 미리 노출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북·미 실무협상이 앞으로 2~3주 안에 재개될 가능성이 크고, 합의가 도출될 경우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이날 밝혔다.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전제로 11월 부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도 열어놨다. 북·미 협상이 진전될 경우 남북관계도 풀리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다시 가동될 것이라는 반가운 관측이다. 이 시나리오가 성사되려면 임박한 북·미 실무협상이 성과를 내야 한다. 북·미 양측이 한 발짝씩 양보하는 태도로 천금 같은 기회를 살려나가기를 바란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촉진자 역할을 완수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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