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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확 떨어진 계층 상승 기대,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

입력 : 
2019-11-27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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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내놓은 '2019년 사회조사'에서는 대한민국에 기회의 창이 갈수록 닫히고 있다고 보는 이들이 늘고 있어 씁쓸하다. 본인은 물론 자식 세대에서도 사회경제적 지위, 즉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접는 이들이 확연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다고 생각할수록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도 낮다고 보는 이들이 많아 부의 대물림이나 수저계급론 같은 양극화가 일반인의 사고에 점차 확산되는 듯하다.

조사 내용을 보면 응답자의 65%가량이 평생 노력해도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문제는 자식 세대에서의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한 응답인데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55.5%에 달한 반면 기대를 갖고 있는 쪽은 29%에 머물렀다. 자식 세대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갖는 이들 비율은 10년 전엔 48.3%에 달했으니 얼마나 바뀌었는지 읽힌다. 부와 가난이 각각 대물림되면서 계층 상승을 이뤄낼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니 심각하다.

자신들이야 힘들고 고되더라도 자식만큼은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는 시절이 올 것이라는 부모들의 기대는 당장의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는 버팀목이자 사회 전체에 활력을 주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10년 전엔 전체의 절반이었는데 이제 4분의 1가량으로 줄어든 건 사회 전반에 희망보다 체념이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럴수록 임시처방 성격의 재분배 정책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성장의 활력을 높여 일자리를 늘림으로써 계층 상승의 기회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한 개혁도 절실하다. 획일적인 평준화 교육과 분야별 수월성 교육 간에 조화와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반시장적 정책에 따른 부동산값 폭등 또한 계층 이동 가능성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는 만큼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계층 상승에 대한 기대를 접은 사회는 역동성을 잃는다. 한국 사회에 다시 기회의 창이 활짝 열릴 수 있도록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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