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는 국정에 손뗐나, 정책 난맥인데 컨트롤타워가 없다

강남역 20대 여성 피살사건과 구의역 스크린도어 10대 용역 직원 사망사건 등을 거치면서 포스트잇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작은 쪽지에 추모의 글을 담아 붙이는, 어찌 보면 디지털 시대에 때아닌 아날로그식 대화라 할 수 있는 ‘포스트잇 현상’은 한국 사회의 아픈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누구도 지켜줄 수 없는 불안한 사회에서 희망을 잃은 시민들끼리 손편지로나마 작은 위안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이런 포스트잇 열기에서 보여주듯 지금 한국 사회는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서민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경제, 환경, 안전 등 3개 분야에서 그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다. 전셋값 폭등으로 속속 서울을 탈출하는 ‘전세난민’ 때문에 서울 인구는 급기야 10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또 강남역에서, 수락산에서 아무 죄 없는 여성들이 잇달아 죽임을 당했다. 꿈많은 19세 청년은 ‘위험의 외주화’ 사슬에 걸려 숨졌고, 어제도 지하철 공사장에서 용역업체 직원 4명이 죽었다. 가습기 살균제로 266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설상가상으로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미세먼지의 공포에 휩싸였다. 시민 스스로 사회 곳곳에 도사리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몸소 피해야 하는 ‘각자도생’의 딱한 처지에 놓였다. 이렇게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 성과만 선전하고 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한 책임져야 할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방문 목적이 의심스러운 해외 방문으로 세월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황교안 국무총리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황 총리는 ‘가습기 살균제는 국무총리가 관할한다’는 당정의 결정을 모르쇠로 일관했다. 미세먼지 대책은 어떤가. 총리는 대통령의 대책 마련 주문 이후 3주가 지났는데도 부처 간 빚어진 심각한 혼선과 갈등을 풀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국정을 수행한다는 총리의 책무가 무색할 정도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정권 말기의 증상이라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때부터 끈질기게 지적됐던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책임회피에만 골몰하는 정부에서는 환골탈태의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정부의 기능 마비와 무기력증에 시민들은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무능한 정부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세월호 참사 이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Today`s HOT
불타는 해리포터 성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