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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환점 도는 문재인정부 ①] 경제성장 J커브 그릴 전략 다시 짜라

입력 : 
2019-11-06 00:02:01
수정 : 
2019-11-06 11: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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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반환점을 돌고 10일부터 후반기를 맞는다. 돌이켜 보면 안보 등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룬 분야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무엇보다 올해 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위기에 처한 경제 상황이 가장 뼈아프다. 이는 여론조사에도 나타났다. 지난 1일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1.1%가 문재인정부 후반기 최우선 국정과제로 '경제 활성화'를 꼽았다. 지난 5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6명이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 경제지표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당초 2%대 중반을 예상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몇 차례 하향 조정되며 2.0%까지 떨어졌는데 이마저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성장률 2%대를 달성하려면 4분기 GDP가 0.97% 이상 증가해야 하는데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전쟁 등 악재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빈사 상태에 빠진 것은 대외 요인 탓도 있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2년간 최저임금을 29%나 올린 것은 경제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서민들 소득이 늘어나 소비가 살아나고 기업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 쪽으로 흘렀다.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인력을 축소하거나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가 줄고 소비가 위축됐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며 0%대를 겨우 유지했던 물가상승률이 지난 8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장기 불황의 전조 현상인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낳고 있다. 설비투자는 11개월째 감소하고 있고 부동산 규제 여파로 건설경기도 1년 가까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수출마저 11개월 연속 감소하며 그야말로 한국 경제는 사면초가에 처했다.

고용지표가 유일하게 개선되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좋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15~64세 고용률은 67.1%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가장 높았고, 실업자 수는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창 일해야 하는 연령대인 30대와 40대 취업자 수는 오히려 줄고 있다. 청년들도 4명 중 1명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우성이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만든 비정규직 노인층 일자리가 늘어나며 고용지표에 착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향후 1년 내 취업이나 창업 의사가 있는 비경제활동인구가 8월 작년 동기 대비 25.9%나 폭등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낮아진 실업률도 허수일 수 있다.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악화되며 계층별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2인 이상 가구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배로 2003년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경제 정책의 실패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문재인정부의 J노믹스는 이제 수정돼야 한다. 시장친화적인 성장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9.3% 증가한 513조5000억원의 슈퍼예산을 책정하는 등 확정적 재정으로 경제 불씨를 살리겠다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식어가는 성장엔진을 다시 돌리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데이터 3법을 비롯해 혁신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국회에 묶여 있는 경제 활성화 법안의 입법화도 서둘러야 한다. 법인세율 인하 등 기업 투자를 촉진할 정책을 적극 검토하고,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같이 기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을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노동개혁을 통해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한계기업 정리와 구조조정 등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정부는 기업들의 야성 본능을 일깨워 마음껏 혁신할 수 있도록 해 경제성장이 'J커브'를 그릴 수 있도록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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