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황교안 대표는 ‘단식’ 풀고, 여야는 선거법 협상 적극 나서라

2019.11.24 20:52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이 24일로 닷새째 이어졌다. 그제 청와대 100m 앞에서 노숙 철야농성까지 한 황 대표는 23일 오후부터 텐트 안에 누워 거동을 최소화하고 있다. 추운 날씨 속 장시간 실외에 머물며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한다. 황 대표는 방미 직후 농성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사실 (단식을) 시작한 것은 선거법 때문”이라고 말했다. 24일 단식 텐트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도 “대통령에게 말씀을 잘 전해달라”고만 했다. 세 가지 요구 사안 중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가 연장된 후에도 단식을 접을 뜻이 없다고 한 것이다. 비상신호가 켜진 그의 몸에도, 막바지 정기국회에도, 다시 공전 위기에 처한 정치와 민생에도 부담만 키우는 결정이다.

황 대표가 1차 단식 사유로 밝힌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은 27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내달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을 부의한 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들을 일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4월 몸싸움 끝에 출발한 패스트트랙의 종착점이 다가왔고, 그 목전에 황 대표의 단식이 정국의 불쏘시개가 된 셈이다. 나 원내대표는 24일 청와대 앞에서 비상의총을 열고 “한편으로는 협상의 끈, 한편으로는 강력한 힘을 보이는 저지 투쟁을 통해 장기집권 음모를 분쇄하겠다”며 “황 대표를 중심으로 절대 단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에서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나 의원직 사퇴 같은 초강수도 거론된다. 그러나 한국당을 보는 민심은 매섭다. ‘비례대표 없이 국회 270석을 모두 지역구로 뽑자’는 시대착오적 방안을 내놓고, 장외투쟁만 되풀이해오다, 마지막에 ‘우리 당을 넘고 가라’고 몽니 부리는 그간의 8개월을 시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자성과 대안도 없이, 퇴로와 기약도 없는 황 대표의 단식도 일방적으로 배수진만 다시 친 격이다.

야당 대표의 단식은 출구가 제한적이다. 요구 조건이 수용되거나 버티지 못한 몸이 실려가는 길이다. 지금처럼 한국당과 나머지 정당들의 대화가 끊긴 채 당리당략만 앞세운 ‘치킨게임’은 파국을 예고할 뿐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생에 얹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5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 재개’를 논의한 게 불과 보름 전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선거룰은 마지막까지 여야 협상의 열매로 매듭짓는 게 바람직하다. 그 반전은 황 대표가 단식을 푸는 것부터 시작되길 기대한다. GSOMIA의 첫 고비를 함께 넘은 지금, 여야는 시민들의 이런 중의와 기대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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