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 핵실험, 보수결집에 이용말라

이재영 | 전 경남대 교수·군사안보

2016년 1월6일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내부 결속 및 불만 완화, 김정은의 단호한 리더십 천명, 미국을 통한 핵과 경제의 교환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기고]북 핵실험, 보수결집에 이용말라

물론 북한의 대대적인 선전으로 볼 때, 자국의 핵보유에 무뎌 있는 미국을 일깨우는 측면이 강하다. 6자회담 개최와 이를 통한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는 윤활성 도발에 무게가 실린다는 의미이다. 어쨌든 문제는 북한의 핵실험이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유상 배치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안보정국이 과장됨으로써 4월 총선에서 민심 왜곡의 출현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먼저 사드의 유상 배치이다. 핵실험 직후인 6일 밤 카터 미 국방장관이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와, ‘한·미 국방장관 공동언론 발표문’이 만들어졌다. 핵우산, 재래식무기, 미사일방어체계로 한국을 보호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같은 날 이순진 합참의장과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핵추진 항공모함, 잠수함, B-2, B-52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논의했다. 7일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미방어체계의 유지와 강화를 약속했다.

미국이 한국의 손을 덥석 잡은 형국이다. 북핵 당사국은 미국이지만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미국을 수호자로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재래식 및 핵무기 우산을 명확하게 하고, 한·미 군사훈련에 전략자산을 참가시키려 하고 있다. 국제관계에서 다양한 대미종속 상황이 발생하겠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게 사드의 한반도 배치이다. 미국은 약 4조원이 드는 사드 2개 포대의 직접 구매를 강요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직접 구매, 주한미군 내 설치 후 유상 인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운영유지비 부담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매를 강요하고 있는 중이다.

다음으로 4월 총선에서 민심 왜곡의 출현이다. 현재 국제적 안보정국이 불가피하지만, 총선까지 쭉 이어지면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도출이 한 달 이상 걸릴 수 있다. 2006년 1차 핵실험 때 5일 만에 결의안이 나왔지만, 2009년 2차와 2013년 3차에는 각각 18일과 23일이 걸렸다. 유엔 결의안 이후에도 북한에 대한 미국의 당근이나 채찍은 계속된다. 어떤 경우든 북한 핵문제는 계속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미국의 선택에 공조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의 국내 상황은 계속 북핵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핵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한·미공조 강화와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서두르는 양상이다. 국방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등 대립구도로 방향을 틀고 있다. 게다가 새누리당 지도부는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는 등 안보정국을 확대하려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새누리당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오히려 불안을 확대시키는 양상이다. 총선 때까지 이렇게 나가면, 보수를 선택하는 유권자가 점점 더 증가하게 된다. 북핵 문제가 국민의 통제권을 제한함으로써 비민주주의적 현상을 출현시키는 것이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뿐만 아니라 미국과 한국 정보 당국도 제4차 핵실험을 기존 핵실험 수준으로 평가한다. 폭발 위력은 6.0kt으로 수소폭탄의 100~1000kt에 미치지 못했으며, 수소폭탄 실험의 증거인 1~2㎞의 분화구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사드 구매를 강요받아야 하는 상황을 만들 필요가 없다. 특히 사드는 40~150㎞ 고도에서 45초간 요격할 수 있는 제한적 무기에 불과하다. 대신 70~500㎞에서 288초간 요격 가능한 이지함 장착 SM-3 도입을 서두르는 게 낫다. 박 대통령과 국방부도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켜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도 핵무기 보유와 같은 지나친 액션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확대하려 해서는 안 된다. 눈앞에 보이는 달콤한 유혹에 현혹되면, 미래에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흐름에 역행했다는 죄를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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