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늘고 난민 신청자 승소율 줄어…"객관적 증거확보 어려움"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올해 상반기 서울행정법원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외국인은 단 1명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모든 난민소송을 사실상 이 법원 한 곳에서 심리하는 것을 고려하면 '바늘구멍'이라고 할 만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이달 26일까지 행정법원이 판결을 선고한 난민소송은 78건이었다. 법원은 이 중 1건만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나머지 청구를 전부 기각하거나 각하했다.
작년 상반기 행정법원은 48건의 난민사건 판결을 선고했고, 이 중 4건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올해 사건 수가 작년보다 60% 이상 증가한 데 비해 승소율은 8%대에서 1%대로 크게 떨어진 점이 눈에 띈다.
통상 난민 신청자들은 출입국 관리사무소가 난민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무부 장관에 이의신청을 하고, 이마저 기각될 경우 "난민 불인정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한다.
우리나라는 난민신청이 2004년 148명에서 2012년 1천143명으로 꾸준히 늘자 작년 7월 1일 아시아 최초로 선진적인 난민법을 시행한 바 있다. 난민 신청 증가세는 이후에도 지속됐다.
난민법 시행 후 서울행정법원에서 각 지방법원으로 관할이 확대됐으나 난민소송은 현재까지 행정법원이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올해 들어 유일하게 법원에서 난민인정 판결을 받은 외국인은 이란인 H씨였다. 1997년 국내에 입국한 H씨는 주한 이란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반정부 활동을 하다가 난민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기독교인인 H씨가 자국으로 돌아가면 정치적·종교적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H씨처럼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나 의정서상 요건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와 자국을 오가기 어려운 난민 신청자들은 박해 가능성을 입증할 자료를 구하는 데 애를 먹는다.
예를 들어 파키스탄인 M씨는 소송에서 "3년 전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위협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나 그런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는 본인 진술뿐이었다.
재판부는 M씨 진술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 관계자는 "최근 난민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이 과거보다 엄격해졌다고 단정하기는 섣부르다"며 "난민 신청자가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난민지원단체 피난처의 김지윤 간사는 "강제 출국 위기에 놓인 난민 신청자가 체류 기간을 일단 연장하기 위해 소송을 낼 수 있다"며 "법무부가 애당초 난민 불인정 처분 이후의 출국 기한을 늘려주면 무리한 소 제기가 지금보다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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