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해진 양당구조속에 추락하는 JP… 다른 자민련 의원들도 동요조짐
자민련에 10·25 재보선은 재앙이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김대중 대통령의 과욕이 빚은 결과다. 우리당은 하늘을 우러러 하나도 부끄러운 것이 없다”고 화살을 김 대통령에게 돌렸다. 그러나 재·보선 결과로 자민련은 생존을 우려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가 됐다. 한나라당이 과반에 1석 모자라는 136석의 의석을 차지하게 됨으로써 자민련의 캐스팅보트 행사는 의미가 없어졌다. 그만큼 양당구조가 확고해져 자민련의 위상 추락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자민련, 구로을에선 사회당에도 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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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서울 구로을의 경우 자민련 후보가 민주노동당, 사회당 등 군소정당의 후보에게도 뒤지는 득표율을 기록해 자민련의 추락을 부채질했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구로을은 충청권 출신 유권자가 30%에 이른다. 그런데도 우리당 이홍배 후보가 1.3% 득표에 그치며 민주노동당과 사회당 후보에게도 뒤졌다는 점은 충격이다. JP의 충청권 장악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걱정거리는 한나라당의 흡인력이 더욱 거세졌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민련은 김용환·강창희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 이후 동요조짐을 보였다. JP도 재·보선 하루 전인 10월24일 열린 당무회의에서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의원들을 겨냥해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그러면 안 된다. 할 테면 하고 싫으면 태도를 명확히 하라”고 경고를 보낸 적이 있다. 그만큼 당내 동요가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실제 이원범 전 의원이 10월29일 탈당해 이런 우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문제는 JP로서는 이런 흐름을 되돌릴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 그동안 추진해온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연대도 지금처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위상이 강화된 현실에서는 효력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영남권에서 ‘비(非)이회창’ 흐름이 형성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자민련 관계자는 “아직 지금은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다. 시간이 좀 있다. 한나라당도 지금 당장 의원 빼내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 지방자치선거가 고비가 될 것이다. 이때도 정치적 전망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당은 그대로 주저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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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도 행동반경이 좁아졌다. YS는 선거 결과에 대해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대변인격인 박종웅 의원이 전했다. 그러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곤혹스러움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회창 총재의 입지가 강화될수록 이 총재와 예각을 세우고 있는 YS가 겨냥하는 부산·경남지역의 틈새시장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사회당 “의미있는 선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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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사회당 등 진보정당도 5% 미만의 낮은 득표율로 양당구조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지난해 총선 출마지역에서 평균 13.1%를 득표했으나 이번에는 이보다 낮은 2∼4%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의 경우 울산과 창원 등 준비된 지역에서 출마한 결과인 반면 이번의 구로을과 동대문을의 경우 애초 지역조직이 없던 곳이었다는 점에서 직접비교는 어렵다. 김종철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두 지역에서 이번에 새로 거점을 만들어낸 게 수확”이라며 “현재 등록된 1만8천 당원을 내년 대선까지 3만명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당도 4천여명의 등록 당원을 1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조직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사회당 관계자는 “청년진보당에서 사회당으로 당 이름을 바꾸면서 제기했던 자본주의 반대와 조선노동당 반대, 두 기치를 가감없이 전달하려 했고 그런 점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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