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말고 입양하세요…깐깐한 심사를 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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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4.03.01. 오후 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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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서울대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유기견들을 구경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반려동물입양센터는 서울시가 2012년 10월 지자체 중 처음으로 만든 유기동물 입양센터다. 이 센터는 공원 입구에 있다.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한겨레] [토요판] 생명

유기동물 입양센터를 찾아


▶ 한 해에 버려지는 유기동물이 15만마리에 이른다고 합니다. 전국 각지의 보호소에는 철창 안에 갇힌 개들이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죠. 아무도 찾지 않고 열흘이 지나면 이들은 죽음을 맞습니다. 반려동물이 산책하기 좋은 봄날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혹시 반려동물을 구할 계획이 있다면 입양을 고려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중심부에 위치한 해밀턴호텔에서 서쪽으로 500여미터를 걸어가면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과 삼거리가 나온다. 이 교차로의 인도 한편에 공중화장실이 있고, 그 앞에 작은 공터가 있다. 이곳에서 매주 토요일 다음 카페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이하 유행사) 회원들이 ‘반려동물 입양 캠페인’을 연다. 카페 유행사의 운영진 김화실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여기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기동물의 입양자를 찾아주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여러 곳이다. 그중에서 유행사의 남다른 점은 온라인 카페에서 유기동물의 사진과 특징을 확인한 뒤 직접 만나 교감하고서 입양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유행사는 2011년 8월부터 지금까지 유기견 1800여마리를 입양시켰다.

지난 22일 이곳에서는 카페 운영진과 봉사자 십여명이 유기견을 돌보고 있었다. 종종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입양을 신청한 사람을 상담하기도 하고, 봉사자들이 유기견들과 산책을 나가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생인 유혜리(17)양은 “여기서 봉사를 한 지는 1년 정도 됐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두 마리 모두 입양한 아이들이다. 평소에는 활발하지만 버려진 기억이 있어서인지 산책 나갈 때 주저한다”고 말했다. 유기동물은 한번 버려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입양자를 선정할 때도 심혈을 기울인다.

유기동물은 한번 버려졌기에

입양자 선정에도 심혈 기울여

다음 카페 ‘유행사’ 면접 보고

구호동물입양센터는 후기 요구

지자체 중 처음으로 서울시는

‘반려동물입양센터’ 열어

상담과 교육부터 받게 한다

“임시보호소·안락사 대신

좋은 입양자 만나 잘 살길”


유행사를 통해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카페에 가입해 자기소개를 해야 한다. 운영진이 자기소개를 보고 ‘정회원’으로 등급을 올려주면 입양을 기다리는 반려동물의 사진과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이 동물들은 용산구에서 발견된 유기동물로 유행사와 협력하는 관내 동물병원 16곳에서 머물고 있다. 마음에 드는 동물이 있으면 신청을 하고, 토요일에 캠페인 현장에 가서 직접 만날 수 있다. 입양을 결정하고 입양신청서를 작성하면 30분~1시간에 걸쳐 면접을 받는다. 혼자 살거나, 가족이 동의하지 않거나, 군대에 아직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입양할 수 없다. 카페 운영진은 바로 동거인들에게 연락해 승낙 여부를 확인한다. 인터뷰를 통과하면 동물병원으로 이동해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을 치르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비용은 수컷 12만원, 암컷 22만원이다.

입양한다고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입양 이후 석달간 동물은 카페 운영진과 입양자의 공동 소유이고, 이를 신청서에 명시해뒀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입양자는 카페 운영진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반려동물의 적응 여부를 전해야 한다. 이렇게 전한 소식이 쌓여 현재 카페에는 ‘입양 후 모습’ 게시판에 올려진 글과 사진이 2000개가 넘는다. 3년 전 유행사를 조직한 김화실씨는 “유기견의 입장에서 보면 임시보호소에 있거나 안락사가 되는 상황 모두 안 좋다. 좋은 입양자를 찾아 한 마리라도 더 사랑받으며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충무로역에서 퇴계로를 따라 동쪽으로 걷다 보면 왼편에 인쇄소 골목이 있고, 큰 길가로 애견숍들이 늘어서 있다. 걷다 보면 자연스레 눈길이 갈 정도로 작은 강아지들이 쇼윈도에 ‘진열’돼 있다. 이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면 애견숍이 끝나는 지점에 퇴계로5가 교차로가 있다. 사거리 한편에 노란색 건물과 그 위에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고 쓰인 빨간 글씨가 보인다. 이곳이 동물사랑실천협회가 2012년 7월에 설립한 구호동물입양센터다.

입양센터가 이곳에 자리잡은 이유가 있다. 정다운 간사는 “반려동물을 사려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유기동물의 입양을 한번쯤 고려해 봤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의 이름은 ‘유기’동물이 아닌 ‘구호’동물입양센터다. 정 간사는 “신고된 유기동물만이 아니라 학대를 받거나 위기 상황의 동물들을 적극적으로 구호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난 26일 기자가 센터의 문을 열자 유기견 14마리가 뛰고 짖으며 반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격하게 반긴 암컷 푸들 ‘수양’이 앞으로 다가갔다. 유리벽 사이로 마주한 수양이는 갑자기 조용해졌고, 한발짝 물러서서 사람 눈을 피한 채로 옆을 바라보며 앉았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수양이는 가끔 곁눈질로 사람의 행동을 살필 뿐이었다.

수양이는 지난해 말 충북 옥천 한 마을의 버려진 애견숍에서 구조됐다. 한 마을주민이 개가 유기된 채로 있다고 신고했고, 협회 회원들이 출동해 유기견들을 구조했다. 이외에도 보신탕 집에 있거나 학대를 받는 동물들도 구조에 나선다. 정 간사는 얼굴에 비해 몸집이 과도하게 큰 수양이의 상태를 볼 때, 번식에 사용되는 모견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모견의 생활은 대부분 참혹하다. 카라, 동물사랑실천협회 등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은 모견이 임신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강제 출산시키는 것과 배란촉진제를 주입하며 일년에 여러 번 임신시키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모견의 수명은 3년을 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호되기 이전 수양이의 삶이 어땠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낯선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자 긴장하는 기색은 역력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운영하는 입양센터는 모두 두 곳이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도 ‘땡큐센터’를 운영중이다. 센터에서 입양하려면 신청서에 자택의 실내 사진을 5장 이상 첨부해야 한다. 또 입양의 취지와 향후 계획을 자세히 신청서에 적어야 하고, 1~2주간의 심사 기간을 거친다. 정 간사는 “동물을 대하는 자세와 행동, 신청서에 들인 정성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입양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입양이 결정되면 입양책임비로 개 12만원, 고양이 7만원을 지불한다. 이 비용은 인식표 부착, 동물등록, 예방접종 등에 사용된다. 입양 한 달 뒤엔 적응 여부를 담은 후기를 보내야 한다.

정 간사는 “상처 받은 경험이 있는 동물들이기 때문에 다소 깐깐하게 입양자를 선정한다. 때론 성격이 좀 까다로운 동물들이 있지만, 사랑으로 보듬어주면 결국 상처가 치유되고 온순해진다”고 말했다.

유기동물의 입양자 찾기는 그동안 민간의 영역이었다. 한 해 15만여마리의 유기동물들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에 오는 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그들을 보호하다가 주인이 찾아오지 않은 채 열흘이 지나면 ‘안락사’를 집행하기를 반복했다. 그런 가운데 지자체 중 처음으로 서울시가 2012년 10월 서울대공원에 반려동물입양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는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입구에 자리잡았다. 동물원, 미술관, 서울랜드 등에 가는 시민들이 입구를 지나면서 통유리로 된 입양센터를 지나친다. 이 입양센터는 연중무휴로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입양을 하기 위해선 상담과 교육을 받아야 한다. 입양 교육은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와 4시에 이뤄진다. 교육을 마치고 상담신청서를 작성하면 입양 심사가 이뤄진다. 심사 기준은 입양을 위해 가족들이 동의했는지, 결혼·임신·유학·이사 등으로 환경이 변해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아플 때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고, 경제적 부담을 짊어질 수 있는지 등이다. 심사에 통과하면 입양을 할 수 있고, 비용은 없다.

지난 25일 과천의 입양센터를 찾았다. 입양센터를 관리하는 서울대공원 동물기획과의 송세연씨는 “경기도 양주군에 있는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의 보호소에서 데려온 동물들이다. 질병검사와 예방접종을 철저히 해서 입양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입양센터는 개원한 지 1년 반 동안 122마리를 입양시켰다.

이 센터에선 현재 18마리의 개를 보호하고 있다. 고양이는 없다. 이날 입양센터를 찾았을 때, 입구에 들어서자 개들은 씩씩하게 짖고 활발히 움직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조용해졌고, 일부 개들은 “낑낑”거리는 소리를 냈다. 송씨는 “한번 버려진 경험이 있어 분리불안 장애가 있다. 사람이 옆에 있다가 없어지면 ‘낑낑’ 소리를 내는 개들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하얀색 몰티즈인 드라(3·암컷)와 노란색 강아지인 노랑(1)이가 한 우리 안에 있었다. 드라는 활발하게 우리 안을 오가며 사람과 눈을 마주쳤고, 노랑이는 조용히 앉아 있다가 천천히 움직였다. 드라는 목소리가 컸지만, 노랑이는 짖지 않았다. 송씨는 “노랑이가 오래 감기를 앓아 혼자 지내다가 다시 드라랑 같이 지내고 있다. 좀 낯을 가리지만 외로움을 많이 타서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 역시 입양을 한 뒤 후기를 올려야 한다. 네이버에 있는 ‘서울대공원 반려동물입양센터’ 카페에 가입하고서 ‘천사가족 소식’이라는 곳에 반려동물이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를 적으면 된다.

윤형중 최우리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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