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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줄 잇는 의료계 헌신, 그러나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입력 : 
2020-02-27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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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구·경북에서 병상 이상으로 부족한 것은 의료 인력이다. 대구에서만 검사 대기 환자가 3만7000명에 이르고 확진 환자는 치료해야 한다. 그 와중에 본인 감염 또는 감염자 접촉으로 격리된 의료진이 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가 의료진 101명을 긴급 지원했지만 최소 200~300명은 더 필요한 실정이다.

의료계가 보여주는 헌신은 감동적이다. 이성구 대구의사회장은 5700여 명 회원에게 의료 인력 자원에 참여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본인부터 거점 병원인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는 공동 운영하는 개인 의원에 10여 일간 휴가를 냈다. 지역 의사 수십 명이 이 회장에 이어 자원을 희망하고 나섰다고 한다. 자가격리 중인 경북대병원의 한 인턴은 동료들이 고생하는 것을 지켜보다 못해 "무증상 인턴은 격리를 조기 해제해 달라"는 문자를 병원장에 보내기도 했다.

26일 현재 전국에서 205명 의료인이 봉사를 자원했다. 박수 받아 마땅한 직업적 소명의식이다. 한 사회의 수준은 위기를 통해 드러난다. 능력과 용기를 갖춘 전문가가 많고 이들의 의견이 존중되는 사회는 위기에 닥쳐서도 무너지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와 방역 전문가들의 중국인 입국금지 건의가 묵살되는 바람에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가 전문가를 깔아뭉갠 결과는 이처럼 치명적이다.

한국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의료 자원과 공공보건망을 갖춘 나라로 자부해 왔다. 코로나19는 이런 자신감을 흔들고 있다. 보건 인력은 태부족이고 마스크 하나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다.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한의사 제외)는 1.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4명의 절반 수준이다. 2030년까지 의사 76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의대 정원은 2007년 이후 동결돼 왔다. 자원 관리에 실패한 보건 정책이 성공할 리 없다. 이번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는 일선 의료 전문가들의 헌신을 호소해야 한다. 더 많은 자원봉사자가 나왔으면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의료 자원 공급 체계를 다시 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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