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2/3, 자소서에 ‘성장배경’ 쓰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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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4.18. 오후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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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12개 로스쿨 들여다보니

지침 없거나 부모이름만 못밝혀
자연스럽게 부모신분·직업 노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 과정에서 법조인 부모를 둔 수험생들이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통해 부모의 실명을 거론한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로스쿨 입시가 대학·고교 입시에 견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장치 마련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서울 지역 12개 로스쿨의 2016학년도 자기소개서 양식을 살펴보면, 12곳 가운데 6곳(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국외대)은 부모의 직업이나 실명을 거론할 여지가 있는 ‘성장 배경’을 기술하는 항목이 있다. 건국대와 고려대 2곳은 성장 배경과 유사한 ‘교육 배경’을 묻는 항목을 두고 있었다. 경희대, 서강대, 중앙대, 한양대는 성장 배경을 묻는 항목이 없었다.

대다수 로스쿨은 2단계로 전형을 실시하는데, 1단계 전형 요소는 크게 4가지로 법학적성시험(리트·LEET) 성적, 학부 성적, 공인영어성적, 서류평가다. 서류평가는 자기소개서와 수상·재직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성균관대 로스쿨의 경우 4가지 전형요소 가운데 서류평가 성적이 총점 80점 가운데 40점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로스쿨과 비슷하게 자기소개서를 반영하는 대학 수시모집의 경우, 2015학년도부터 자기소개서 양식에서 지원자의 성장배경을 묻는 항목이 삭제됐다. 대학 입시의 자기소개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정한 ‘자기소개서 공통양식’을 모든 대학이 활용한다. 대교협 관계자는 “2015학년도부터 학교생활 중심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도입하면서 공통 양식의 항목을 학교생활 중심으로 구성했다”며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드러나는 일을 막고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부모 직업이나 신분 노출을 금지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 배경 또는 교육 배경 항목이 있는 8개대 로스쿨 가운데 서울대 등 5곳은 자기소개서 유의사항에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본인의 성명, 부모 및 친인척 성명 등 본인과 보호자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기록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건국대, 연세대, 서울시립대 3곳은 이에 대한 별도 지침이 없다.

단순히 ‘이름을 기재할 수 없다’는 소극적 지침만으로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드러내는 일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고·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등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고교의 경우, 교육부 입학 전형 매뉴얼을 통해 ‘부모 및 친인척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암시할 수 있는 직장이나 직위, 소득 수준을 기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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