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의당은 어떻게 ‘정의’를 되찾을 것인가

2020.05.19 03:00 입력 2020.05.19 03:05 수정

정의당이 당 쇄신을 위해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혁신위는 2030세대 30% 이상, 여성 50% 이상 원칙에 따라 15명+α로 구성된다. 이들은 8월 말 당 대회 전까지 혁신안을 만들어 제출할 계획이다. 혁신안이 나오면 심상정 대표는 내년 7월 말까지인 임기를 단축해 조기에 물러나고 새 지도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정의당은 21대 총선에서 6석을 유지하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거대양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란 ‘꼼수’ 때문이다. 그러나 패인을 외부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정의당은 여당 ‘2중대’라 비판받았고, 비례대표 공천에서도 진보정당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의당 싱크탱크 주최 토론회에서는 “새로운 의제와 담론으로 기성 정치를 깨우는 역할을 포기하고, 기득권 정당으로부터 지대를 할당받으려는 마름 정당이 됐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혁신위는 총선 이후 정의당을 향해 쏟아지고 있는 다양한 비판에 귀를 열고 근본적인 혁신안을 마련해야 한다. 거대양당보다 조금 나은 정당, 찍을 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돌아보는 정당으로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기성 정치를 대체할 대안세력으로 주목받는 젊고 매력적인 진보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의 정체성부터 정책, 리더십까지 총체적인 성찰과 쇄신이 필요하다. 노동, 불평등, 기후변화, 젠더 이슈에서 시대에 부응하는 진보적 가치를 재정립하고 한국 사회 개혁의 방향타를 잡아야 한다. 거대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알량한 이득을 취하려는 전략에서 벗어나 시민들 삶의 현장에서 진보적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 심상정 1인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리더십도 절실하다. ‘권영길·노회찬·심상정’의 시대를 이어갈 젊은 지도자를 발굴해 진보정치의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

진보정당은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20년간 한국 정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무상급식, 아동수당, 기초 노령연금, 선거연령 18세 등은 진보정당이 선도해서 이뤄낸 성과들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정당득표율 9.7%를 기록해 유권자 10명 중 1명은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정의당은 이제 과감한 혁신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회개혁을 주도하는 새로운 진보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정의당은 ‘2중대’ 오명을 벗고 ‘정의’를 되찾을 수 있다. 진보정치 계승을 넘어 확장으로 뻗어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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