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부르는 아리랑

민은기|서울대 교수·음악학

다시 한 번 아리랑 때문에 나라가 떠들썩했다. 지난번에는 중국이 아리랑을 자국의 고유문화재라고 주장해서 문제더니 이번에는 우리나라 군대가 나서서 아리랑을 부르지 말란다. 아리랑이 불온 곡이라는 것이다. 이 정도면 아리랑의 수난시대다. 불온 딱지가 붙은 아리랑은 군부대로 들어가는 노래방 기기는 물론 시중 기기에서도 국방부 요청으로 삭제된 곡이라는 문구가 뜬다고 한다. 논란이 되자 국방부는 북한가수가 부른 아리랑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일선 부대가 실수한 것이라고 발뺌이다.

2011년 아리랑이 중국의 무형문화재로 등재됐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큰 충격이었다. 당시 이 사건은 언론에 의해 동북공정의 연속선상에서 중국의 문화유산 침탈로 규정됐고 온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중국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원래 대규모의 사람들이 다른 나라로 이주를 하면 그들의 문화도 따라가기 마련이다. 외국에서 들어온 문화는 현지에 뿌리를 내리면서 자연스럽게 그곳의 문화로 정착된다. 스페인에서 남미로 넘어간 사람들이 그곳에서 만들어낸 라틴 문화를 언제까지 스페인 것이라고 우기겠는가. 문화는 확산되고 전파되는 것이고 그것이 인류 문명의 발전사다.

[문화비평]함께 부르는 아리랑

옌볜의 아리랑도 좀 여유로운 마음으로 보았다면 한인 디아스포라 문화라고 이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중국이 국가 문화재라는 것을 지정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이고 아리랑에 앞서 이미 한복과 농악무, 널뛰기 등 7종의 한국에서 건너간 문화가 중국 문화재로 등재돼 있었다. 중국이 지방정부의 신청을 받아 국가문화재를 지정할 때 한족(漢族)의 문화만 등재시키고 조선족 같은 소수민족의 문화는 뺐어야 할까? 그랬다면 아마 소수민족의 문화에 대한 차별이라고 내부 비판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전 국민이 흥분했던 만큼 나름대로 수확이 컸다. 아리랑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켰으니 말이다. 우리 문화는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교훈과 함께.

본시 아리랑은 한 많은 사람들의 노래이다. 고려가 패망한 후 조선 건국에 반대한 고려 유신들이 정선에 은신해 살면서 자신들의 외롭고 애달픈 심정을 노래한 것이 정선 아라리이다. 고려 충신들의 망국의 설움은 ‘한 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라는 가사에 절절히 나타난다. 그 후에도 우리 민족은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빼앗기고 6·25 전쟁으로 남북이 분단되는 비극을 겪을 때마다 아리랑을 부르며 한을 삭이고 침통함을 달랬다. 아리랑은 민족의 오랜 설움과 한을 발효시킨 노래이다. 아리랑이 고국을 떠나 외로운 타향살이를 하는 이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리라.

하지만 국내에선 다르다. 죽기 살기로 경제발전을 이뤄내고 나니 시련과 애통을 삭여주던 아리랑의 설 자리가 없다. 이젠 아리랑이 필요할 만큼 절실한 한이 없으니 아리랑을 아무도 부르지 않는다. 혹시 마음에 고통이나 외로움이 있다고 해도 손안의 휴대폰으로 달래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이다. 그래서 정부가 나섰나 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성공시킨 여세를 몰아 아리랑을 위한 여러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아리랑 박물관을 짓고 대규모 아리랑 행사들을 잇달아 열겠다고 한다. 그러나 문화란 정부 정책으로 보존되는 것이 아니다. 설령 그렇게 보존된다고 해도 그것은 박제문화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어필하는 아리랑을 만들어야 한다. 부르지 않는 민요를 붙들고 있으면서 아리랑이 우리 문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한을 현대적으로 승화시킨 가슴 벅찬 아리랑이 필요하다. 윤도현의 아리랑도 좋았고 북한 작곡가가 편곡하고 정명훈이 지휘했던 아리랑도 좋았다. 남북이 제일 공감할 수 있는 노래도 결국 아리랑이 아니겠는가. 남들에게 아리랑이 우리 것이라고 주장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아리랑을 살려내야 한다. 우리가 부르고 북한 동포도 재외 동포도 외국인도 같이 부르자. 아리랑은 역시 함께 불러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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