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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식·쇼핑·여행 기피가 불러올 내수 위축 우려된다

입력 : 
2020-02-12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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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되면서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다. 확진자가 다녀간 도심의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문을 닫았다. 음식점과 전통시장을 찾는 이들도 현저하게 줄었다. 다중이 모이는 공연이나 회의를 취소하는가 하면 영화관도 썰렁해졌다. 각급 학교 졸업식을 온라인 행사로 대체하거나 식을 진행하더라도 꽃다발을 건네기를 꺼리는 바람에 화훼업계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가 제기된 후 이달 첫 주말(1~2일) 카드 사용액은 3조3523억원으로 설 연휴 직전 주말(1월 18~19일) 3조7667억원에 비해 11.5% 감소했다. 2015년 메르스 때와 달리 이번엔 초기부터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외식과 쇼핑을 꺼리는 과도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여행과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분야다. 국내 대표 관광지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절반으로 줄었고 이달 들어서는 호텔과 렌터카 예약 중 80%가량이 취소됐을 정도다. 김포∼제주 편도 항공권을 불과 3000원으로 내린 저가항공사까지 나왔다. 마침내 패키지 여행의 상징인 전세기 사업 전담업체 호텔앤에어닷컴이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와 2위 모두투어가 합작해 10년 전 설립한 회사인데 일본 여행 기피에 이어 신종 코로나 쇼크에 손을 들고 말았다. 여행업계는 이번 사태로 업체들의 도산이 도미노처럼 번지는 게 시간문제라며 공포에 떨고 있다.

정부는 2015년 메르스 사태 후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10개월간 한시적으로 개별소비세를 30% 인하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관련 업계를 지원하면서 동시에 소비를 진작하려는 취지였는데 어디까지나 사후적인 조치였다. 감염병에 대비해 시민 각자가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나친 공포로 외식과 쇼핑, 여행 등 일상생활을 모두 접어버리면 심리 위축이 실물 경제를 주저앉히는 악순환의 고리만 커질 수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방역 문제를 넘어 경제 전체를 흔드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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