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망하면 한국 망하는데 설마…'마통' 5000만원 뚫었어요"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반준환 기자 2020.03.1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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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삼성전자 투자열풍① 개미들은 왜 빚내서까지 삼성전자에 '올인'하나

편집자주 최근 코로나19(COVID-19) 사태와 국제유가 하락 등이 겹치며 글로벌 증시 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독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올인' 현상이 두드러진다. 말 그대로 '투자 열풍'이다. 개미들은 왜 그렇게 삼성전자에 집착할까? 삼성전자는 조만간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삼성 망하면 한국 망하는데 설마…'마통' 5000만원 뚫었어요"


"금리 3.3%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습니다. 딱 5000만원만 빌려 삼성전자에 투자할 생각이에요. 절반 정도는 이미 매수했고 나머지는 조금 더 떨어지면 살 겁니다. 삼성전자가 망하면 우리나라가 망하는 거나 다름없는데, 언젠가 오르지 않겠어요?"



30대 전문직 김모씨의 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김씨처럼 삼성전자에 집중투자하는 개미들이 늘고 있다.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순매수액은 3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19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삼성전자의 융자잔고는 594만여주로 지난달 말 415만여주보다 70% 가까이 증가했다. 평소 주식 투자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투자에 뛰어든다.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는 지난 6일 사상 처음으로 3000만개를 돌파했다. 주식거래활동계좌는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이고 6개월간 최소 한차례 이상 거래한 적이 있는 증권계좌다.



경기도 분당의 한 증권사PB(프라이빗 뱅커)는 "지난주부터 객장을 방문하는 숫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처음에 펀드런(Fund-run·펀드투자자들이 돈을 회수하기 위해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신규주식계좌를 개설하려는 고객들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PB는 "요즘 오는 분들은 정말 주식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분들이 많다. 삼성전자가 많이 빠졌으니 장기투자해보고 싶다는 접근이 많다"며 "평소 주식거래를 하지 않던 고객들도 '지금은 하면 괜찮냐'는 문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이정혁 기자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이정혁 기자

1억짜리 적금 깨고 매일같이 차트 분석도…"비트코인보단 나을 것"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세를 보이고 개인이 이 물량들을 모두 받아내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1894년 일어난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것이다. 삼성전자의 이달 외국인 순매도액은 4조원에 달한다.

1000만원, 2000만원, 5000만원…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투자했다는 사람은 물론이고 1억원짜리 적금을 깨 삼성전자를 매수한 이도 있다. 매일같이 차트를 분석하며 저점 분할매수에 나선 직장인들도 허다하다. 폭락장에 제로금리 시대, 배당이라도 챙기자며 거액을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큰 손'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60대 주부 전모씨는 "요새 또래 지인들과 단체 대화방에서 매일같이 주고받는 이야기 주제가 바로 삼성전자"라며 "경제나 시장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던 주부들도 증권계좌를 만드는 법부터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를 사용하는 법까지 정보를 공유하며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30대의 주식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년 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암호화폐) 열풍 때 '쓴 맛'을 봤던 이들이 위험 부담이 덜한 주식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20∼30대가 새로 만든 증권계좌가 전체 신규 증권계좌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암호화폐 투자로 1000만원 이상 손해를 본 경험이 있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주식은 암호화폐보다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는 것 같다"며 "주변 친구들이나 전문가들뿐 아니라 유튜브 등에서도 삼성전자를 떠들어 대니 관심이 안 생길 수가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달 초 삼성전자를 500만원 정도 매수한 뒤 지금까지 거의 1만원 가까이 떨어진 상태"라며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있으면 당분간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은데 더 떨어지면 추가로 더 매수를 할 생각으로 타이밍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34.89포인트(2.19%) 오른 1626.09로 출발, 코스닥이 16.46포인트(3.39%) 오른 501.59로 상승 출발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34.89포인트(2.19%) 오른 1626.09로 출발, 코스닥이 16.46포인트(3.39%) 오른 501.59로 상승 출발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위기 때마다 코스피 수익률 상회한 삼성전자, "코로나19 장기화 가능성이 변수"

개인 투자자들이 유독 삼성전자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그 중 하나가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의 간판이라는 대표성이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잠시 부진할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할 수밖에 없다. 또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기업에 투자한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삼성전자 주가는 1975년 6월 상장한 이후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특히 코스피 전체 수익률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인 적이 많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코스피의 연간 수익률은 -39%를 넘었지만 삼성전자는 -17%대에서 선방했다. 2009년 반등을 시작한 코스피의 연간 수익률이 45%를 넘길 때 삼성전자의 수익률은 70%에 달했다.

향후 반도체 업황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는 의견이다. 제 아무리 삼성전자라 할지라도 향후 실적 성장 가능성이 낮다면 이 정도로 투자가 몰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지만 반도체 업황의 방향성은 여전히 명확하다"며 올해 2분기부터 삼성전자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가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코로나19의 여파가 언제까지, 어느 정도로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외적인 이슈로 폭락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래를 보고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거시경제 등 여러 상황은 모르겠고 지수는 빠졌으니 삼성전자나 사야겠다는 식의 투자논리는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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