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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혁신성장은 구호뿐"이라는 경영학계의 고언

입력 : 
2019-08-21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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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와 한국경영학회가 경영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인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싸늘한 평가를 내렸다. 정책 전반을 학점으로 매겨 달라는 질문엔 절반가량이 낙제점인 F학점을 줬다.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리는 제21회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를 앞두고 경영학자 265명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인데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이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길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혁신성장에 대해서는 70%가 잘못하고 있으며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보였다. 규제개혁 슬로건은 구호에 그칠 뿐 구체적인 개혁안이 없다는 응답이 43.5%에 달했고 오히려 규제가 늘고 있다는 의견도 16.4%나 됐다. 경영학자들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규제(30.1%) 그리고 국가·기업 경쟁력의 근본적인 약화(19.7%)를 꼽았다. 경영학자들의 지적은 정부가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을 이야기하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채 오히려 지나치게 개입하고 규제하며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이들은 현 정부가 시급히 시행해야 할 경제정책으로 기업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도록 규제 철폐(32.3%)를 꼽았다. 또 과도한 세금을 줄이고 비대한 공공부문을 축소(28.3%)하라거나 4차 산업혁명과 신산업에 대한 지원 투자 확대(21.2%)를 주문했다.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에 성공하려면 이해관계를 조정할 때 정치적 표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성장 관점에서 결정하라는 조언이었다.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의견도 많았다.

정부는 집권 초반 2년간 드라이브를 걸었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반발과 부작용이 크자 이제는 혁신성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시스템 반도체 같은 특정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원도 중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혁신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로 더욱 절실해진 부품·소재·장비 산업 육성에 그동안 수많은 대책을 반복했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초부터 완성품까지 차곡차곡 다지는 축적의 시간이었음을 다시 확인했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묵묵히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 일이다. 동시에 기업인들에게 새로운 분야로 도전할 야성적 충동을 자극하고 북돋아주는 일이다. 한국 경제가 복합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혁신성장을 주문한 경영학자들의 고언(苦言)을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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