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추문 막자" 캠퍼스는 열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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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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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성폭력 NO! 휴대폰 앱으로 예방 상담도
동국대 '마스크 챗' 개발해 가동, 익명으로 상담사와 실시간 소통

연세대는 또래 상담제도 활용도… "인권센터 등 역할 강화해야" 지적




최근 잇단 성희롱ㆍ성폭력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대학가가 신학기를 맞아 예방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 동안 숨죽여 왔던 상아탑 내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피해사례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자 뒤늦게 관리ㆍ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등 수습책 정비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교수들의 연이은 성추문으로 곤욕을 치른 서울대는 학생들이 직접 나섰다. 서울대는 지난달 11일 재학생을 중심으로 ‘서울대 교수 성희롱ㆍ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행동’을 만들어 학교에서 발생하는 성 관련 실태를 공론화하기로 했다. 자연과학대도 단과대 차원에서 성폭력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학생상담센터 ‘자우리’를 개설했다. 하진우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 의장은 18일 “최근 자체 설문조사에서 재학생의 16.5%가 성 관련 불쾌감을 경험했다고 응답하는 등 성폭력 문제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며 “성폭력 인식 개선을 위한 교내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경영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성희롱 논란이 불거진 서강대도 학생 자치로 단과대별 성평등 교육 내규를 제정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할 방침이다.

학교가 주도해 학내 모든 구성원을 아우르는 성폭력 예방 방안을 내놓은 대학도 있다. 연세대는 학생 및 전 교직원을 상대로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가정폭력 등 4가지 유형별로 특화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성 관련 피해 상담 시 소정교육을 수료한 ‘또래 상담가’를 활용해 학생들의 자발적인 상담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도 교원의 양성평등 예방교육을 의무화한다. 교원들이 양성평등 예방교육을 이행할 경우 봉사점수 실적에 반영토록 해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동국대는 온라인에 기반한 채팅 애플리케이션 ‘마스크 챗’을 개발, 17일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신고와 노출을 꺼리는 성폭력 사건의 특성을 감안해 익명으로 상담사와 실시간 상담이 가능한 소통 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앱을 다운받으면 양성평등상담소 상담사와 익명의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고 대처 방법도 상세히 안내 받게 된다. 동국대 양성평등상담소 심현정 상담사는 “피해 학생들이 방문 상담 자체에 부담을 느껴 스마트폰을 통한 구제 방안을 강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가쟁명식 대책보다 독립기구로서 대학 성폭력 교육 및 사건 관리를 전담할 인권센터나 성폭력상담센터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 성폭력ㆍ성희롱 상담 기구를 갖춘 대학은 전체 280곳 가운데 73곳(26%)뿐이었고, 이 중 정규직 상담원은 34%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상담센터 대부분은 대학 본부의 입김이 미치는 부설 기관인 데다 심리상담을 주요 업무로 다루는 곳이 많아 대응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 원준재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 회장은 “현재도 전체 대학 중 절반이 성폭력 상담사를 계약직으로 뽑는 실정”이라며 “대학의 양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성폭력 상담소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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