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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원을 그릴 수 있는가?

기고

초등학교 시절 종이 위에 컴퍼스를 사용해서 처음으로 원을 그려보던 기억이 난다. 흰 종이  위에 연필심이 곡면을 그리며 사각거리는 소리를 낼 때 어린 심장도 같이 뛰었던 것 같다. 그러나 누구나 경험하였겠지만 원은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 연필심이 부러지기도 하고 대개는 조금씩 비뚤거리며 완벽한 곡면을 그리기가 힘들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모니터 화면에 완벽해 보이는 원이 그려지는 듯 했다. 그런데 우리 눈에는 완벽해 보이나 영상을 확대해 보면 네모 모양의 미세한 픽셀(Pixel, 화소)의 조합인 것을 알 수 있고 이 또한 엄격하게 따지면 완벽한 원이라 할 수 없다. 결국 완벽한 원은 우리 머리  속에만 있으며 원의 모습도 우리가 아는 만큼 보일 수밖에 없다.

살아가며 많은 일들이 ‘완벽한 원’과 같은 이상과 현실의 갈등과 절충을 통해 이루어진다. 대학에서 오랜 시간 공저자들과 완벽한 논문을 쓰려고 노력해 본 사람은 그 한계를 깨닫게 되고, 사업을 시작하여 수십 년간 한 기업을 일구어 낸 경영자는 늘 완벽한 경영에 관하여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옆에서 훈수 두듯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다.

논문 한편 써보지 않은 사람들이 완벽한 논문을 쓰지 못한다고 비난하거나 평생 제대로 돈을 벌어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완벽한 경영을 못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어이없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머리 속에 그려지는 완벽한 원에 대한 생각으로 현실에서 그려진 원을 보고 ‘원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셈인 것이다 (일단 그려보고 얘기하시라).

개인이든 사회를 구성하는 대중이든 이와 같은 오류를 완전하게 벗어나기는 힘들겠지만 근본적인 한계를 인식하는 이해와 배려의 문화가 필요하다. 잘 알지 못하고 외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혼란스럽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완벽한 원’이 현실에는 없지만 이를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소망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호 아주대 임상치의학대학원장, 치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