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의 국회’ 오명 남기고 막 내린 20대 국회의 교훈

2020.05.21 03:00 입력 2020.05.21 03:04 수정

국회는 20일 제20대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계류 중인 민생법안 등을 처리한 뒤 막을 내렸다. 회의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코로나19 관련 법안, n번방 방지법 등 133건의 법안이 통과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도 처리돼 형제복지원 사건 등 권위주의 정권 시절 빚어진 인권유린 사건들의 진실이 규명될 길이 열렸다. 현재 국회의원 290명 가운데 4·15 총선에서 낙선한 의원은 169명(58.2%)으로 절반이 넘는다. 이들이 마지막까지 입법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 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4년 내내 허송세월하다 막판 벼락공부하듯 1분에 1건꼴로 일사천리로 법안을 처리한 걸 두고 ‘유종의 미’란 표현을 쓰기도 민망한 게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20대 국회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회도 드물다. 극한대결이 빚어낸 ‘동물국회’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고먹는 ‘식물국회’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경우가 많았다.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2만4000여건 중 처리된 법안은 8900건에 불과했다. 법안 처리율은 36.6%다. 그동안 역대 최저로 꼽혔던 19대 국회 법안처리율(41.7%)에도 못 미친 참담한 수준이다. 그중에는 졸속·과잉입법으로 신중히 심사할 법안도 있겠지만, 여야 이견 없는 시급한 민생법안이 수두룩하다. 국회가 법률을 만드는 공장이라 한다면 이런 기업은 열번도 넘게 문을 닫았을 것이다. ‘역대 최악의 국회’란 오명이 그냥 붙은 게 아니다.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은 자동폐기돼 21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런 국회가 왜 필요한지, 놀고 먹는 국회의원들에 꼬박꼬박 세비를 줘야 하는지 시민들이 의문을 표시하는 건 당연하다. 제 할 일 못하는 국회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임계점에 이르렀다.

21대 국회는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반면교사 삼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행히 여야 모두 새 국회의 첫 과제로 ‘일하는 국회’를 꼽은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20대 국회도, 그전 국회도 출범하면서 ‘일하는 국회’ 슬로건을 내걸지 않은 적이 없다.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그러자면 매월 임시회 소집 의무화, 자동 상임위 소집 등 의사일정과 개회 일시를 국회법에 명문화하는 게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최다선(6선)인 박병석 의원이 21대 국회 첫 국회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그는 총선 당선 직후 “21대 목표는 싸우지 않고 일하는 국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국회개혁이 목표”라고 했다. 시민들이 국회에 바라는 바도 다르지 않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면 협치와 대화, 타협은 자연히 뒤따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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