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전관예우를 활용해 예산을 끌어오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 의원은 지난 26일 경기 용인정 지역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번에 이상일 후보를 꼭 좀 당선시켜주시고 이우현 후보도 세트로 당선시켜 주시면 제가 전관예우를 발휘해 용인에 예산을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경제부총리는 그만두었지만 그래도 전관예우라고… 제가 친한 공무원이 수두룩하다”면서 자랑하듯 이같이 말했다. 공직사회 인맥을 활용해 지역 예산을 챙겨주겠다면서 전관예우 활용을 공언한 것이다.
최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을 총괄한 친박 실세 중 실세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막강한 공직사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놓고 전관예우를 누리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전관예우는 권력기관 출신 고위공직자들을 위한 보이지 않는 카르텔로 우리 사회가 청산해야 할 적폐 중 하나다. 퇴임 법조인들이 부당하게 고수익을 챙기는 원인이고 공직사회 관피아가 사라지지 않는 배경이다. 그런데 부총리를 지낸 사람이 공개적으로 전관예우를 활용하겠다고 떠벌리고 있으니 국민이 느끼는 절망감은 얼마나 크겠는가. 최 의원 본인은 물론 공직사회 개혁, 관료시스템 개선을 외치는 현 정부의 진실성마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최 의원이 자신의 공직 경험을 정치에 활용하려는 태도도 문제다. 정파적 이해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과 중립을 지켜야 하는 행정 관료의 역할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그런데 전관예우를 활용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하는 최 의원의 발언을 듣다 보면 그 구분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최 의원은 장관 재직 시절인 지난해 8월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3% 중반 정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서 당의 총선 일정 등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경제 정책을 새누리당 선거에 유리하게 운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당연히 공직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최 의원은 자신의 부총리 재직 시절 청년실업, 성장, 가계 등 모든 경제 부문이 악화된 데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입장이다. 경제 정책 실패의 당사자가 무거운 책임감을 갖기는커녕 부적절한 처신만 일삼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