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음반시장에 닻 올린 ‘국악 한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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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음반사 ACT서 앨범 내는 ‘블랙스트링’의 허윤정

‘블랙스트링’ 리더 허윤정 씨(위)는 “국악과 재즈는 여러 접점을 지녔다”고 했다. 허브뮤직 제공
‘블랙스트링’ 리더 허윤정 씨(위)는 “국악과 재즈는 여러 접점을 지녔다”고 했다. 허브뮤직 제공
4인조 그룹 ‘블랙스트링’이 국악그룹 최초로 독일의 세계적인 재즈 음반사 ACT에서 앨범을 낸다. 17일 블랙스트링과 소속사 허브뮤직에 따르면, 이 그룹은 ACT와 향후 정규앨범 5장을 내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데뷔앨범 ‘Mask Dance’는 10월 4일 출시된다. ACT는 같은 독일의 ECM과 함께 유럽의 양대 재즈 음반사로 꼽힌다. 여기서 나오는 모든 앨범을 수집하는 마니아들이 전 세계에 분포돼 있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만난 블랙스트링의 리더 허윤정(48)은 “믿을 수 없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어 기쁘다”며 “월드뮤직 음반사가 아닌 재즈 음반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알리게 됐다”고 했다.

위 사진은 블랙스트링 멤버로 왼쪽부터 이아람 허윤정 황민왕 오정수. 허브뮤직 제공
위 사진은 블랙스트링 멤버로 왼쪽부터 이아람 허윤정 황민왕 오정수. 허브뮤직 제공
블랙스트링의 이번 계약은 1993년 김덕수 사물놀이가 오스트리아 그룹 ‘레드 선’과 협연음반을 ECM에서 낸 이래 23년 만의 쾌거로 평가된다. 국악그룹이 단독으로 이름을 내걸고 ECM이나 ACT에서 앨범을 내는 건 블랙스트링이 처음이다. 나윤선이 2009년부터 ACT에서 앨범을 내며 아리랑 선율을 담았고 신예원이 2013년 ECM 음반에 한국 동요를 넣기도 했지만 모두 재즈 보컬 음반이었다. 이번 계약은 블랙스트링의 활동을 지켜봐온 지크프리트 로흐 ACT 창립자 겸 대표가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스트링은 허윤정(거문고), 오정수(기타), 이아람(대금, 양금), 황민왕(아쟁, 장구)으로 이뤄졌다. 2011년 한영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위해 결성된 이래 국내외 재즈 페스티벌과 월드뮤직 축제에서 활동했다.

그룹명 블랙스트링은 거문고를 가리킨다. 허윤정은 “거문고의 어원으로 꼽히는 ‘검다’는 동양철학에서 우주를 상징하기도 한다”면서 “현(絃)을 뜻하는 ‘스트링’에는 동양에서 현악기가 정치와 사상의 높은 경지를 비유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뜻도 담아봤다”고 했다. 앨범 이름 ‘Mask Dance’는 처용무에서 왔다. “처용 이야기가 가진 기괴하면서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 음반의 역동성을 표현했습니다.”

기자가 미리 들어본 음반은 국악의 비중이 매우 높았다. 허윤정은 “첫 곡 ‘Seven Beats’는 국악 장단인 칠채를 뜻하는데 칠채에서 육채, 삼채로 이어지는 풍물 리듬을 바탕으로 만든 곡”이라면서 “서양음악과 전혀 다른 우리 식의 박자 구조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했다. ‘Songs from Heaven’은 진도 씻김굿의 ‘신노래’를 주제로 삼아 만들었다. “‘Growth Ring’에서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바탕으로 단소 거문고 기타가 풍류 시나위의 느낌으로 함께 노닙니다. 정악의 선율로 가다 경기 민요 ‘경복궁 타령’으로 접어드는 등 경기제의 선법들을 갖고 자유롭게 연주해 봤어요.”

마지막 곡 ‘Strangeness Moon’은 문묘제례악의 선율을 이용하되 추상화처럼 기묘한 느낌을 자아내도록 연주했다. “멤버인 오정수, 이아람, 황민왕 씨는 각각 재즈와 국악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과 개성을 갖췄습니다. 전통성이 공고하면서도 어떤 장르든 소화할 열린 시각을 지녔어요. 둘째, 셋째 음반에서는 이들과 함께 더 다양한 색깔을 보여드릴 겁니다.”

블랙스트링은 10월 19일 월드뮤직 축제 ‘워멕스(WOMEX)’(스페인)에 공식 초청돼 연주한다. 내년 1월에는 미국 무대에 진출한다.

“해외의 소극장에서 관객과 짜릿한 교감을 많이 나눴어요. 앞으로 서울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등에서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블랙스트링#허윤정#재즈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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