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천 탈락 뒤 활로를 모색하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쪽 의원들이 탈당 뒤 무소속 연대와 미래한국당 후보 출마라는 두 갈래 길로 가닥을 잡았다. 당선 뒤엔 한나라당에 다시 입당해 박 전 대표를 돕기로 했다.
김무성, 이규택, 이경재 의원과 서청원, 홍사덕 전 의원 등 박근혜계 인사 9명은 17일 여의도 한 빌딩에 모여 진로를 논의했다. 김무성 의원은 “각자 처한 위치와 지역 정서가 달라 ‘친박’ 무소속 연대와 미래 한국당을 기반으로 한 ‘친 박근혜당’으로 나눠 각자 출마하기로 했다”며 “살아돌아온 뒤에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친박 무소속 연대에는 김 의원을 비롯해 박종근, 이경재, 이해봉, 이인기, 유기준, 김태환 의원 등 주로 영남지역 의원들이 참여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서청원 전 의원은 “하루 이틀 안에 거취를 밝히겠다”고 했으나 동참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선거 벽보 등 홍보물에 ‘친 박근혜 연대’라는 표기를 하고, 한반도 대운하 반대를 공동 공약으로 내거는 등의 방법으로 무소속 연대를 알려가기로 했다. 한 ‘친박’ 영남지역 의원은 “정당을 만들면 한나라당과 갈등이 깊어질 수 있고, 한나라당 지지성향의 표를 흡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이규택 의원과 전용원 전 의원 등 수도권 인사들과 이강두, 엄호성 의원 등은 지난 12일 참주인연합에서 이름을 바꾼 미래한국당 후보로 출마하기로 했다. 한 의원은 “소속 당이 있어야 체계적 선거가 가능하고, 다른 정당들의 공세에 맞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된 행동’을 주장한 홍사덕 전 의원은 어느 쪽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고, 한선교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하지만 연대엔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김재원 의원은 출마 뜻을 접은 상태다. 이 가운데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쪽은 아무래도 영남권 의원들이다. 한 당 관계자는 “박 전 대표 지지성향이 강한 영남권에선 동정 심리와 함께 생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수도권에선 당선보다는 한나라당 후보에게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살아 돌아오라”고 말했던 박 전 대표는 이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총선 때는 지원유세에 나설 것”이라며 “다만 측근이 공천된 곳 위주로 다니되, 측근들이 무소속이나 미래한국당 후보로 나온 지역은 피하는 부분적인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