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권도전 시사 "역할 고민하겠다"

[the300]"기대가 있다는걸 염두에 둘 것..자생적 대권주자론에 자부심 느껴"

서귀포(제주)=우경희 기자 l 2016.05.25 20:15
반기문 UN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해 차량 탑승 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홍용표 통일부 장관 주최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주포럼 환영 만찬에 참석한다. 이어 26일에는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을 한다.2016.5.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도전 의지를 시사했다. 그는 "대권후보로 언급되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한국시민으로서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말해 향후 대권 행보에 대해 직접적 고민에 들어갈 것임을 밝혔다.

반 총장은 25일 오후 제주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포럼에서 "대통령 얘기가 자생적으로 나오는데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10년간 유엔사무총장을 했으니 기대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1월 1일이면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고) 다시 '한국사람'이 되니까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를 고민해 결심하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여권의 유력 대권후보로 언급돼 왔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줄곧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총선이 여당의 패배로 끝나면서 유력 대권주자들이 힘을 잃자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정치권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반 총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반 총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제기된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반박하며 여론 정리에 나섰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과 관련한 언론의 비판을 보며 기가막히다는 생각을 했고, 솔직히 말도 안 되는 비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뉴욕총영사관에 적을 둔 연수생으로 있었는데 사실상 명예총영사 역할을 비슷하게 했고, 그런 말을 들어 보고한 것 뿐"이라며 "개인 의견이 들어가지 않았으며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며, 정부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해 보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핵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정치권은 '반기문 대망론'이 구체화되는데 남북관계 개선이야말로 꼭 필요한 중간단계라고 보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출신인 그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만 국민들에게 대권후보로 입지를 굳힐 수 있다는 거다. 

반 총장은 "내가 사이프러스 문제를 앞장서 해결할 당시 사람들이 길에서 장미꽃을 던지며 환호했는데, 그때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북한에 가서 이런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남북 대화채널을 꾸준히 유지해온 것은 내가 유일하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권론의 화두로는 화합을 제시했다. 국내 정치상황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반 총장은 "한국의 내부분열이 해외에 보도되는 모습을 보면서 창피하게 느낄 때가 많다"며 "남북통일 전에 남한이라도 통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통합은 정치지도자들의 뜻만 있으면 내일이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대통합을 선언하고 국가 통합을 위해 사심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반 총장은 관훈클럽 포럼에 이어 이날 개막한 '제주포럼2016'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이날 만찬에는 원희룡 제주지사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외통위원장) 등 여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반 총장을 만났다. 

대선출마 의지를 간접적으로 밝히면서 반 총장의 이후 일정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반 총장은 이튿날인 26일 제주포럼 기조연설 이후 황교안 국무총리와 면담한다. 이날 오후 일본으로 건너가 G7(주요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다시 귀국해 28일까지 서울에 머물 예정이다. 29일 일산 국제로터리세계대회, 안동 하회마을 방문에 이어 30일 유엔 NGO콘퍼런스 참석을 끝으로 방한 일정을 마친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