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 특강 ‘정치 행보’ 재개

무소속 유승민 의원이 31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하기 위해 강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무소속 유승민 의원(58)이 4·13 총선 이후의 ‘정치적 침묵’을 깨고 본격 행보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낙인에 이은 공천 배제와 탈당, 무소속 당선까지 ‘롤러코스터 1년’을 거치며 단련되고 다듬어진 일성은 기존 여권과의 각이 뚜렷했다.
유 의원은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정치 복귀를 알렸다.
강연 화두는 ‘불평등’과 ‘신(新)보수론’으로 집약됐다. 그는 “한국 전체가 재벌 인질이 된” 시장지상주의를 지적하며, 해법으로 시장경제 재구축과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 ‘공화주의 복원’을 내세웠다.
유 의원이 경제·정치 전반을 아우르는 ‘대선주자급 아젠다’를 내놓으면서, 여권 주자로서 담금질에 돌입한 것 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민주공화국’ 아니다”
유 의원은 경제위기 핵심으로 ‘양극화·불평등·불공정’을 들었다. 비판 초점은 망가진 시장경제와 무너진 정치에 맞춰졌다.
유 의원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프린스턴대 앵거스 디턴 교수의 ‘불평등의 심화가 정치 시스템을 부패시키고 성장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 “우리 현실에 굉장히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 과정이 부자들에게 지배되면 이들 이익에 맞는 정치가 이뤄진다는 건 한국에도 적용되는 말”이라며 “민주주의가 ‘금권정치’가 되면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사실상 시민권을 잃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지난해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에서 한국을 ‘폭발 일보 직전의 초갈등 사회’로 짚은 보고서를 인용하며 “계층 간 갈등, 이게 적절히 통제 안되면 한국 사회를 무너뜨릴 수준까지 나아갈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한국을 ‘세습자본주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 뒤 “대한민국이란 공동체가 내부로부터 붕괴할 위험에 처해 있다. 헌법이 말하는 ‘민주공화국’ 중 공화국이 아닌 것”이라고도 했다.
■“용감한 개혁 리더십 필요”
유 의원은 경제위기를 돌파할 해법으로 ‘시장경제 재구축’ ‘중부담 중복지’ ‘사회적 경제’를 들었다. 그는 “우선 현재 경제체제를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그는 “재벌·대기업 위주 경제체제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며 “시장경제 자체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주장해온 ‘사회적 경제’를 두고는 “저보고 사회주의자라고 비난하는데 뭘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이념적 잣대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유 의원은 경제체제 전환 열쇠는 결국 ‘정치’에 있다고 봤다. 그간 입버릇처럼 하던 “정치가 싫어도 정치가 모든 걸 결정한다”는 말을 재차 강조했다. “최소 20년 이상 용감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구체적인 정치개혁 방향으로는 ‘보수혁명’을 들었다. 그는 “공화주의 이념을 구축해서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지향하는 혁명이 필요하다”며 “가치 중심의 보수 정치세력” “헌법 가치를 지키는 진정한 보수”를 주장했다. 유 의원은 스스로 보수를 자처하는 이유와 관련해 “새누리당, 보수 정당, 보수 세력 이런 분들이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 의원은 ‘신보수론’의 밑바탕으로 ‘공화주의’ 복원을 강조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쿠데타 이후 만든 군사정권과 정당 이름이 공화당이라서 사람들이 공화의 참뜻을 생각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우리 민주주의가 투표를 통해 바꾸는 민주주의를 벗어나 공화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여권 ‘금기어’인 ‘5·16 쿠데타’ 얘기를 꺼내면서, 박 대통령 ‘역린(逆鱗)’을 재차 건드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복당 기다리고 있다”
유 의원은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의화 전 국회의장 싱크탱크인 ‘새한국의 비전’ 참여설에 선을 그었다. 그는 “새누리당 복당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고 복당 신청할 때 마음과 같다.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상시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 논란에는 “청문회를 많이 하는 건 일하는 국회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