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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채 디플레이션` 우려 낳는 가계 빚 급증

입력 : 
2019-08-20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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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로 올해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계빚이 급증하며 '부채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계대출은 전 분기보다 15조4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폭은 작년 4분기 23조4000억원에서 올 1분기 2조9000억원으로 줄었다가 다시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잔액도 다시 1500조원에 육박했다. 그러지 않아도 투자와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 가계부채 증가로 소비 여력이 줄면 경제 활력은 더 떨어질 게 뻔하다.

더 큰 문제는 저성장과 저물가가 동시에 나타나 가계의 소득창출 능력이 악화되는 가운데 실질적인 부채상환 부담은 커지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 정부가 웬만큼 기준금리를 내려도 실질금리는 되레 올라갈 수 있다. 경기침체로 소득이 줄어드는 가계는 빚을 갚기 위해 담보로 맡긴 자산을 처분하고, 이는 다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유 자산 가격은 떨어지고 부채 상환 부담은 늘어나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과중한 가운데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물론 지금은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최근 글로벌 불황 공포가 엄습하며 코스피가 2000선 밑으로 떨어졌고,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상태지만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 정부도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아직까지 버틸 만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을 그대로 둘 일은 아니다. 가계빚이 지나치게 늘어 소비 위축이 심해지면 기업 실적도 나빠진다. 그 결과 생산과 투자가 줄고 이는 다시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지며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수출, 투자, 소비가 모두 부진한 경제는 결국 장기 불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민간소비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2.8% 증가했던 민간소비가 올해는 2.3%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정부 소비가 크게 늘어 이 정도라는 것이다. 일본이 1990년대 초 겪었던 '잃어버린 20년'은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자산가격이 급락한 것이 원인이 됐다. 현재 우리 경제도 이와 유사한 징후들이 보인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고, 상환능력이 없는 한계가구 정리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같이 인위적으로 자산 가격을 떨어뜨리는 정책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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