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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제징용문제 해결, 모든 상상력과 설득의 리더십 동원할 때

입력 : 
2019-11-26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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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으로 파국을 넘긴 지 이틀 만에 또다시 발표 내용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양측 공방은 자국민들의 반발과 정치적 이해득실을 의식한 정략적 판단에서 비롯된 만큼 이쯤에서 중단하는 게 옳다.

한일 갈등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지난해 10월 국내 대법원 판결 이후 1년 넘게 끌어온 강제징용 배상 문제다. 한일 양국이 다음달 중순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별도의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조율 중이지만, 강제징용 배상을 둘러싼 양국 입장 차이가 여전해 정상회담 전까지 해법 모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양국에서 거론되는 방안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5일 일본에 제안한 '1+1+알파' 안이다. 한일 기업(1+1)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알파)으로 일본 기업의 징용배상금을 대신 부담하자는 내용이다. 이 방안은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 해결책까지 담고 있는 데다 국회가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일본 내 여론도 나쁘지 않다. 관건은 징용 피해자들의 동의 여부다. 피해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려면 '일본 기업이 사죄해야 한다' 등의 문구가 포함돼야 하는데 이럴 경우 일본이 거부할 소지가 많다.

강제징용 해법을 끝내 찾지 못하면 일본의 수출규제도 풀리지 않고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으로 일단 봉합된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강제징용 해결을 위해 모든 상상력을 동원하고 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인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사법절차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원칙론만 되뇌이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당장 내년 초 현실화될 일본 전범기업 자산매각 및 현금화라는 시한폭탄을 원만하게 처리하지 못할 경우 갈등 해소를 위한 돌파구마저 사라질 공산이 크다. 미래를 내다보는 지도자라면 정치적 위기를 겪더라도 국민들에게 한일 간 동반자 관계의 중요성을 적극 알리면서 이해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처럼 한일 양국이 균형과 배려의 바탕 위에서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유연한 외교정책을 펴야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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