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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르노삼성 결국 감원사태, 한국車 `진실의 순간`이 왔다

입력 : 
2019-08-27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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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한국 자동차 업계의 감원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부산공장 직원 40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또는 순환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2012년 감원 이후 7년 만의 구조조정이다. 구조조정 배경은 생산량 감소다. 이는 르노삼성의 파업이 길어지자 지난 3월 닛산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 '로그'의 수탁 생산량을 연 10만대에서 6만대로 줄이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로그'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르노삼성의 올해 1~7월 생산량은 9만88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1% 줄었다. 9월 '로그' 수탁계약이 끝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르노삼성은 다른 수출 모델을 배정받기를 원하지만 르노본사는 노사 관계가 안정돼야 후속 모델을 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이 역시 불투명하다.

결국 지난해부터 1년 가까이 끌어온 극심한 노사 갈등이 르노삼성을 생산절벽이란 위기로 내몬 것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10월부터 60여 차례 파업과 셧다운 등으로 3000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액 연봉에도 불구하고 툭하면 파업을 벌이며 기업의 발목을 잡아온 자동차 노조는 마침내 '진실의 순간'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쌍용자동차와 한국GM 등에도 요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쌍용차는 경영적자 누적으로 최근 신차 개발과 양산 계획을 연기했다. 한국GM도 판매 부진으로 공장 가동률이 60% 이하로 떨어졌다. 현대·기아차도 올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42만대로 사드 보복이 한창이던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어들었다. 인도 시장도 작년보다 20% 급감했다. 르노삼성에서 시작된 감원 태풍이 다른 업체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인한 판매 부진에 '노조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한국 차 산업은 풍전등화의 위기다. 생산량은 3년 연속 뒷걸음질을 치면서 지난해 세계 7위로 추락했다. 올해 400만대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위기는 부품 업체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더 걱정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고질적인 문제인 고비용·저생산 구조를 깨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규제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노사 간 양보와 타협으로 차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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