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전년 대비 2.0%로 2%대에 겨우 턱걸이했다. 2013~2017년 2.8~3.2%를 유지하다 2018년 2.7%로 주춤했는데 2019년 급락했다. 성장률이 2%를 밑돈 건 제2차 석유파동을 겪은 1980년(-1.7%),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등 세 차례로 당시는 심각한 경제위기 국면이었다. 이번엔 10년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인 데다 문재인정부 3년차에 받아든 참담한 성적표라는 점에서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의 한계를 확인한 셈이다.
지난해 2% 턱걸이 성장은 투자와 수출에서의 동반 부진 때문이었다. 설비투자는 8.1% 감소했다. 수출은 1.5% 증가에 그쳤다. 소득주도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민간의 구매력이 줄어든 만큼 소비 여력도 떨어졌다. 실제로 민간 소비는 1.9% 증가에 그쳐 2013년 1.7% 이후 가장 낮았다. 심각한 대목은 성장을 민간에서가 아닌 정부의 재정 지출로 이끌었다는 점이다. 지출 항목별 성장 기여도에서 정부 부문은 1.5%포인트였고 민간 부문은 0.5%포인트로 성장의 4분의 3을 재정이 담당했다는 의미다. 저조한 민간소비와 달리 정부소비는 5.6%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4분기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집행률 높이기에 군사작전하듯 총력을 기울여 1.2%의 분기 성장률 가운데 정부 부문 기여도가 1.0%포인트에 달할 정도였다.
정부가 재정에서 돈을 쏟아부어 경제를 억지로 끌고 가는 재정주도성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난해 한은의 두 차례 금리 인하나 470조원 본예산에 추가경정예산까지 더한 슈퍼예산은 경기의 추가 하락을 막았지만 기대한 만큼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지는 못했다. 잠재성장률(2.5~2.6%)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추세를 돌리기 위한 정책적 노력으로서 재정 확대는 불가피하나 대증적인 요법만 계속 이어가서는 안 된다. 민간 부문의 투자를 살릴 정책이 절실하다. 규제 개혁과 혁신으로 기업들이 투자할 여건을 조성하는 데 재정 투입을 집중해야 한다. 민간 성장 기여도가 2분기 연속 전기 대비 플러스를 보이고 민간투자도 7분기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니 모멘텀을 살려가야 한다. 올해 성장률 목표 2.4% 달성도 성장의 구조와 체질을 바꿔야 가능하다. 정부는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혁파해 투자 물꼬를 트겠다고 했으니 당장 원격의료, 자율주행, 차량공유 등 신산업이 창조적 파괴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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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문재인 정부 3년차 소득주도성장의 참담한 성적표
- 입력 :
- 2020-01-23 0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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