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자금 전액 날린 은행파생상품, 근본 해결책 나와야

2019.09.26 20:55 입력 2019.09.26 21:03 수정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6일 만기가 도래한 우리은행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는 원금 전액 손실을 기록했다. 이 상품과 구조가 비슷한 210개 파생상품에 투자한 법인은 188곳이고 개인투자자는 3600명이 넘는다. 투자금액도 8200여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투자 원금 절반 이상의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투자한 돈 전액 손실이 확정된 피해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주로 판매한 이들 상품은 독일 국채금리와 미국·영국 통화상품 연계금리 등이 약정한 구간에 머물면 만기 때 3~5%의 수익을 내지만, 그 이하로 떨어지면 최악의 경우 원금을 모두 날리는 초고위험상품이다. 최근 독일 국채금리는 원금 전액 손실 위험선인 마이너스 0.6% 이하로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때 400여 중소기업이 수조원의 피해를 입은 ‘키코(KIKO)사태’가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태가 다시 일어날 때까지 금융당국은 도대체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은행 등의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는 하나둘이 아니라고 한다.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금융당국 진정 건수만 200건에 가깝고, 투자자 5명 중 1명은 유사상품 투자경험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개인투자자 중 65세 이상이 절반이 넘고, 90세 이상도 13명이나 됐다. DLF는 사모펀드로 금융기관은 투자자에 대한 상품설명 의무가 있다. 투자금도 1억원 이상이다. 90세 초고령 투자자나 초고위험금융상품 투자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는 상품에 거액을 자의로 투자했을지 의문인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두 은행은 금리 하락 징후가 뚜렷했던 3월 이후에도 1000억원 이상의 상품을 팔았다고 한다. 고객이 손실을 보건 말건 은행이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니 기가 찰 일이다.

금융당국은 내달 중 두 은행 등 관련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결과와 개선방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금융당국은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투자자 손실이 아무리 커도 은행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이해 상충’ 구조만큼은 반드시 손봐야 한다. 불완전판매 손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 등도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기대 이익보다 수백배에 달하는 손실을 투자자가 볼 수 있는 말도 안되는 일의 재발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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