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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혁신의 전쟁터 CES를 보라

입력 : 
2020-01-08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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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0'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일 개막했다. 올해는 160여 개 국가에서 4500개 업체가 참가해 인공지능(AI)과 5G(세대) 이동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기술을 선보였다. AI는 소비자 생활 속으로 들어와 '사물지능'으로 진화했고 제조업과 유통, 농업, 서비스업 등 전 분야로 확산된 5G는 예전과는 다른 초연결 사회를 보여준다.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퀄컴, IBM 등 미국 기업들이 혁신의 선두에 섰다. 이들은 인간에 가까운 AI 비서와 가상현실, 양자컴퓨팅 등 놀라운 기술로 관람객 눈길을 사로잡았다.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총 1368곳이 참가한 중국은 하이얼과 하이센스, TCL 등 정보기술 기업들이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전기차 업체인 바이튼은 테슬라 '모델X'에 버금가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전시해 주목을 받았다. 우리도 미국과 중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은 390곳이 참가해 기술력을 과시했다. AI와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삼성전자의 초대형·고화질 스크린과 위에서 아래로 펼쳐지는 LG전자의 '롤러블 TV', 현대차의 하늘을 나는 운송수단(UAM), SK텔레콤의 5G 기반 첨단기술 등이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현재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밀리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AI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12개 분야 신기술을 대상으로 한·미·중·일 간 비교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130점으로 가장 높았고 일본(117점), 중국(108점), 한국(100점) 순이었다. 혁신 기술에 대한 정부 관련 예산과 규제 환경, 전문 인력 등을 종합한 성적표다. 문제는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이후 세계경제 지형 변화를 이끌 이슈로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간 4차 산업혁명 주도권 경쟁을 꼽았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각국 간 기술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제 혁신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됐다.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는 국가나 기업은 존속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혁신 기술이 꽃을 피우려면 이익집단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 등 기득권 장벽을 허무는 과감한 규제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개별 사안에 국한된 규제 샌드박스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에 없던 기술에 대해서는 일단 허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그것이 혁신의 전쟁터인 CES를 보며 우리가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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