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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 수사 객관적 판단 피하려 영장 서두른 검찰

입력 : 
2020-06-05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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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4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 측이 수사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국민 판단을 받게 해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지 이틀 만에 초강수를 둔 것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 측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통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여 삼성물산과 합병한 뒤 삼성물산이 대주주로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합법적이고 삼성바이오 회계도 정당한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지시나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실제로 법원은 2017년 삼성물산 옛 주주가 제기한 합병무효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고 작년에 검찰이 김태한 삼성 바이오 사장에 대해 분식회계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두 차례나 기각했다. 이처럼 범죄 성립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 사건을 검찰의 판단에만 맡기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 차라리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에서 검찰과 삼성 측 입장을 충분히 듣고 객관적 판단을 해볼 필요가 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2018년 수사 중립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과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는 기구다. 그런데도 검찰이 스스로 만든 제도를 외면하고 영장청구부터 서두른 것은 수사 성과에 자신이 없어 객관적 판단을 피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18개월 끌어온 검찰 수사로 삼성은 리더십 공백은 물론 해외에서 부도덕 기업으로 낙인찍힐 판이다. 죄를 지었으면 기업 총수라도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검찰의 일방적인 사법처리 강행으로 글로벌 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선 곤란하다. 삼성이 검찰 수사에 따른 대내외 불확실성을 줄이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속하고 과감한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이제라도 검찰 수사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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