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필기하면 정말 머릿속에 잘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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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4.10. 오후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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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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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나우뉴스]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필기하지 않으면 기억 못할 거다”고 말하던 교사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필기하는 것이 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양 국가에도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 시행된 한 연구에서는 필기하면서 수업받으면 더 나은 성적을 올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는 프린스턴대와 UCLA(캘리포니아 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 등 공동 연구팀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평소 강의를 필기하는 학생과 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기록하는 학생을 비교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자필로 필기한 학생이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으며 더 긴 시간 동안 기억이 정착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네브래스카 링컨 대학의 교육심리학자인 케네스 키에브라 박사는 “필기하는 쪽이 키보드로 기록하는 쪽보다 더 잘 기억했다”고 말하며 필기의 우수성을 지적했다.

필기에 의한 기억 정착은 고대 인류가 파피루스로 만든 종이에 갈대 펜으로 문자를 쓰기 시작한 행위가 계기가 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쓴다는 행위는 우리가 듣고 본 것을 확실한 기록으로 남겨 이후 학습과 기억에 큰 힘을 발휘한다.

사실 뭔가를 써서 남기는 행위는 뇌에 흥분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뇌 영상을 사용한 연구에서도 밝혀지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인지심리학자인 마이클 프리드먼 박사는 “필기는 꽤 역동적인 과정이다”라면서 “필기할 때 들은 것을 뇌리에 박는 것”이라면서 필기 행위에 감춰진 뇌의 처리 과정에 관해 설명했다.

필기의 효과에 대해서는 한 세기 가까이 걸쳐 연구가 진행됐지만 그 방법에 따른 차이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사실 필기구가 연필인지 아니면 만년필이나 볼펜인지에 따른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키보드로 메모하는 행위가 확산한 것에서 이런 도구에 의한 효과의 차이에 주목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손으로 메모하는 학생보다 키보드로 메모를 남기는 학생 쪽이 더 많은 글자를 남길 수 있는 것은 쉽게 예측 가능한 사실이다.


한 연구에서는 필기의 경우 분당 평균 단어 22개를 써서 남겼지만, 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메모하는 경우 평균 단어 33개를 기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남기는 것은 전자기기 쪽이 단기적으로 이익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미국 워싱턴 대학이 2012년 시행한 한 연구에서는 강의 직후 진행된 테스트에서 키보드로 메모했던 학생 쪽이 약간 좋은 성적을 내는 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단기간에 상실할 가능성이 있었다.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24시간 이후에 수행한 테스트의 결과에서는 키보드로 메모를 남긴 학생 쪽이 그 내용을 더 많이 잊어버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손으로 필기한 학생들은 기억이 오래 남아 강의의 요점을 확실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손으로 메모를 남기는 행위는 기억을 의식의 더 깊은 부분에 정착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또 이 차이는 메모하는 방법에서 생기는 차이가 영향을 준다는 것.

키보드를 사용해 메모를 남기는 학생의 경우는 강사가 말한 내용을 그대로 문자로 남기는 경향이 있지만, 손으로 필기한 학생들은 일정하게 정리한 뒤 문자로 남기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신의 머리로 먼저 한번 정리하는 단계를 밟는 것에 기억을 정착시키기 쉬운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기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키에브라 박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에서 말한 내용을 얼마나 많이 기억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실험을 시행했다.

그 결과, 필기로 기록돼 있던 내용은 전체의 3분의 1 정도에 머물러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말하기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중요한 단어만 써서 남기거나 문맥을 기록하지 못해 핵심을 놓쳐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이 메모한다는 행위 자체가 실은 높은 집중력을 필요하고 중요한 것부터 의식을 없애버리는 폐해가 있다는 것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또 키에브라 박사 역시 자신이 학창 시절에 필기하느라 강의 내용에 집중할 수 없던 것을 한 교수가 문제로 삼아 강의 중에 ‘필기 금지’라는 규칙을 내걸었다고 한다.

그 대신, 교수는 강의 내용을 정리한 프린트를 배포해줬다는 것. 이처럼 메모의 효과와 폐해를 상쇄하기 위해 시행한 조치도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포토리아(맨위부터 순서대로), TEDxPhotos/플리커, 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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