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중심기업으로 거듭나고픈 한국기업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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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4.29. 오후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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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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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리아 데이비스 피보탈 CTO의 메시지

(지디넷코리아=김우용 기자)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는 3년전부터 스스로 소프트웨어기업이라고 소개한다. 산업 설비 제조기업이었던 GE는 이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GE의 디지털 전환 뒤엔 피보탈이 있었다. 이 회사는 클라우드파운드리 서비스형 플랫폼(PaaS)과 빅데이터 기술, 애자일 개발방법론 등을 GE에 전수해 ‘프리딕스’란 IoT 플랫폼 구축에 도움을 줬다.

각국 대기업의 디지털전환을 돕고 있는 피보탈의 코넬리아 데이비스 트랜스포메이션프랙티스 CTO를 최근 만나 전통적인 기업의 디지털화 전략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코넬리아 데이비스 피보탈 트랜스포메이션프랙티스 CTO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란 SW를 비즈니스의 중심에 위치시킨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기업에게 SW는 비즈니스를 위한 도구로 쓰여왔는데, 모든 사업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프로세스, 문화, 조직 등 모든 것에 근본적 변경을 요구하므로, 성공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코넬리아 데이비스 CTO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5가지 기초요건을 들었다. 그는 ‘프로덕트 중심의 사고체계’, ‘마이크로서비스’, ‘올바른 플랫폼’, ‘데브옵스’. ‘변화’ 등으로 요약했다.

■프로젝트에서 프로덕트로

그는 “프로젝트 기반의 업무 흐름을 프로덕트 기반으로 바꿔야 한다”며 “이는 기술에 대한 내용이라기보다 프로세스와 조직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의 서비스는 적게는 하나, 많게는 수백개의 프로덕트들로 구성되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필요한 기능을 배포해 동작하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구로서 IT는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된다. 프로젝트에 여러 팀이 모여 종료시점까지 일한다. 반면, 프로덕트란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다. 아마존닷컴의 웹사이트는 검색, 이미지, 결제, 로그인, 장바구니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의 집합으로 이뤄져 있다. 각 기능 혹은 프로덕트마다 책임지는 팀이 존재하면서, 지속적으로 고객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업데이트한다.

프로덕트 중심의 팀은 개발, 테스트, 운영 담당자를 모두 보유한다. 각 팀은 담당 프로덕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진다. 프로젝트 중심의 팀은 같은 유형의 일을 하는 사람끼리 모이지만, 프로덕트 중심의 팀은 기능에 관련된 모든 종류의 담당자가 모여있다.
프로덕트 단위 팀 구성


■마이크로서비스

코넬리아 데이비스는 “아마존이나 넷플릭스는 서비스를 초단위로 업데이트한다”며 “고객 요구에 따른 새 기능의 반영이 매 초마다 이뤄지는 서비스는 사업 경쟁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안전하게' 구현하는가 인데, 마이크로서비스 구조에 그 답이 있다”며 “컨테이너와 그 관련 기술은 마이크로서비스 구조를 지원하도록 하며, 각각의 프로덕트로 취급되는 하나하나의 마이크로서비스들이 각각의 개별 팀에 의해 병렬로 업데이트되고, 서로 문제가 발생한 경우 서비스 전체의 문제를 막는 메커니즘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덕트로 팀을 나눠두려면 IT의 아키텍처도 그에 맡게 설계돼야 한다. 수많은 기능을 단일한 애플리케이션으로 묶어놓는 기존 SW 아키텍처는 프로덕트 단위팀 구성의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만든다. 소프트웨어 기능을 아주 작은 서비스 단위로 떼어내고, 독립적으로 작동하게 하면서, 기능끼리 API로 통신하며 완성된 서비스로 작동하는 것이 마이크로서비스 구조다.

아마존닷컴은 마이크로서비스 활용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아마존 서비스를 수많은 기능으로 나눴고, 5명 정도로 구성된 프로덕트팀에게 맡겼다. 초단위 업데이트는 조직과 IT 아키텍처의 조합에 힘입어 가능하다.


마이크로서비스와 프로덕트팀


■개발과 운영을 함께 ‘데브옵스’

코넬리아 데이비스는 “데브옵스는 인프라에 집중하는 대신 코드와, 코드의 운영에 집중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한다고 할 때 반드시 인프라와 관련된 작업이 수반되는데, 이 작업은 다른 팀과 추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하고, 리소스 할당 문제와 할당된 리소스의 설정, 그리고 이후 조직간 권한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의 개발과 운용을 위해 데브옵스는 인프라 관련 작업보다 서비스 개발과 운영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IT조직은 개발과 운영을 별개의 조직으로 구성한다. 개발조직이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운영조직에 요청하면, 운영조직은 요청을 검토 후 허용여부를 밝힌다.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개발조직이 코드를 작성하고 현업 시스템 적용을 운영조직에 요청한다. 현업 시스템 적용 시점까지 이런 과정이 수차례 반복되는데, 다른 조직에서 요청과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된다. 개발조직에서 만든 코드가 실제로 원활히 운영될 지도 불확실하다.

데브옵스는 개발과 운영을 한 조직에서 함께 한다. 개발자와 운영자는 시작부터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SW 완성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지속적으로 개발과 수정 과정을 진행하며 맡은 기능을 발전시켜 나간다.

■올바른 플랫폼

데이비스 CTO는 “앞서 말한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올바른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올바른 플랫폼은 단순히 애플리케이션을 빠르게 배포한 것뿐 아니라, 비즈니스의 변화 요구에 부응하는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테스트, 배포, 운영 등에 변화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서비스와 데브옵스는 하나의 플랫폼을 구축했을 때 온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플랫폼은 기술과 기능 측면에서 각 팀의 프로세스를 뒷받침한다. 잘 조직되지 않은 플랫폼은 헛점을 갖게 되고, 점조직들의 역동적인 작동을 방해할 수 있다. 큰 규모의 기업일수록 잘못된 플랫폼에 따른 프로세스 지연은 비즈니스 자체의 위기에 직면하기 쉽다.

피보탈은 클라우드파운드리를 올바른 플랫폼이라고 강조한다. 마이크로서비스와 데이터 분석, 데브옵스 등을 지원하고,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개방성을 보유했다는 것이다.

■변화를 당연히 여겨라

데이비스 CTO는 “대부분의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는 변경의 필요성을 느껴 개선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 문제 발생 시에 서비스를 변경한다”며 “고객의 요구에 맞게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하므로, 서비스 변경에 대한 철학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보다, 요구에 따라 변경이 지속적으로 서비스에 반영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엔터프라이즈는 IT에 매우 보수적 접근법을 갖는다.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는 완성품이라 생각하며, 변화는 나쁜 상황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주위 상황의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진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개발자와 운영자의 문제를 넘어 회사 조직 전체 구성원이 변화를 당연한 요소로 받아들여야 가능하다.


■문화를 바꾸는 건 어렵다

데이비스 CTO가 밝힌 5가지 조건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기업 문화의 근본적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문화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직은 계속 SW를 도구로 치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개인으로 이뤄지는 기업조직이 문화를 바꾸는 건 매우 어렵다.

데이비스 CTO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피보탈의 각 팀은 정해진 타임라인에 따라 언제까지 딜리버리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며 “이에 애자일을 논의하던 한 고객은 매니저가 그것을 승인하느냐고 되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까지 뭐가 나와야 하는 문화를 가진 회사가 약속을 하지 않아도 언젠가 딜리버리된다는 생각을 갖는게 쉽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팀이 각자의 방식으로 일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처음부터 모든 조직에 문화의 변화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적은 인원으로 이뤄진 인큐베이션팀을 만들어 조금씩 확장하는 것을 조언했다.

그는 피보탈에서 대기업 고객과 어떻게 일하는 지 설명했다. 피보탈은 엔터프라이즈와 일할 때 가장 빨리 만들어야 하는 프로덕트를 선택하게 한다. 고객사에 피보탈 직원이 파견되는 게 아니라, 고객사의 엔지니어와 프로덕트매니저 다섯명 정도가 피보탈랩에 파견된다. 이들은 피보탈 개발자, 컨설턴트와 짝을 이뤄 프로덕트를 만들어가고, 피보탈의 애자일 문화와 프로세스를 체험, 전수받는다.

그는 “이를 통해 피보탈의 문화나 방법론을 다섯명에게 전수하고, 다섯명이 회사에 돌아가서 그 방식으로 일하길 바란다”며 “그들이 약속없이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걸 조직에서 인정받으면 힘을 얻게 될 것이고, 전 조직으로 확산시키는 씨앗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SW를 만드는 사람은 회사의 보물이다

회사의 IT를 마이크로서비스 구조로 만들고, 프로덕트별로 팀을 운영한다고 할 때 위험요소가 있다. 각 팀의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IT 직원은 언제든 다른 회사로 갈 수 있다. 팀 전체가 이탈하는 경우도 상상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직원은 회사의 중심을 떠맡고 있다.

데이비스 CTO는 “회사는 앞서 말한 프로세스와 기술, 문화를 학습한 훌륭한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며 “책 중에 ’뉴킹메이커'란 책을 추천하고 싶은데, 개발자가 점점 회사에서 중요한 존재가 될수록 회사가 그를 다루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주제를 다뤘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자가 어떤 환경에서 만족감을 느끼면서 일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며 “직원에게 주어지는 금전적 보상은 물론, 컨퍼런스 발표기회를 부여하거나, 네트워킹 기회를 보장하거나 하는 등의 환경을 제공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IT직원을 언제든 갈아끼울 수 있는 부품이라 여기면 절대 고급의 인력을 회사에 데리고 있을 수 없다. 보석처럼 소중히 IT직원을 여기는 회사의 의식변화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김우용 기자(yong2@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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