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팔아넘긴 자들로 론스타와 싸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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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5.05.15. 오후 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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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국가소송 밀실 심리 개시… 한국측 증인에 한덕수·전광우 등 김앤장 출신, 김석동 등 금융위 출신 인사들도

[미디어오늘 문형구 기자]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투자자 국가간 소송)의 ‘밀실 심리’가 15일 시작됐다. <매일경제>는 손해배상과 관련한 한국측 증인은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김중회 전 금감원 부원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정진규 외교부 심의관, 성대규 전 금융위 국장 등 15인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정부의 세금부과와 관련해서도 권태신 전 국무조정실장 등 11명의 증인이 나섰으나 이는 론스타의 ISD에선 부차적인 쟁점이며, 사실상 손해배상과 관련한 증인 15인이 이번 재판의 향방을 가를 핵심인사들이다.

정부는 그간 국익을 해칠 수 있다며 증인명단과 심리일정 등 ISD소송에 대한 모든 사실을 비밀에 부쳐왔다. 민변은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 ISD 심리 참관신청을 했으나 거부된 사실을 15일 공개했다. 민변에 따르면 ICSID 측은 “당사자들(The Parties)이 제3자의 참관을 반대했다”면서 당사자들이란 표현으로 보아 “론스타 측만이 아니라 우리 정부도 참관을 반대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ICSID 규정에 따르면 중재 재판부는 ISD 구두 변론에 대한 제3자의 참관을 허가할 수 있지만 ISD 당사자 양측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밀실에서 진행되는 ISD협상에 한국측 증인으로 참석하는 15인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번 재판에 과연 한국측을 대변할 증인들이 실제 존재하는 지 의문이 생긴다.

론스타가 2008년 9월 금융위원회에 낸 비금융 계열사 내역. 론스타 스스로 비금융 주력자라는 사실을 시인했는데 금융위는 이 자료를 2년 가까이 묵혀두고 있다가 론스타가 골프장을 매각한 이후에 비금융 계열사가 아니라고 발표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 자료 제공.

우선 손해배상과 관련된 15인 중 언론에 공개된 주요인사는 8인으로, 이 가운데 3인이 김앤장 출신이다.

김앤장이 론스타의 단순한 법률적 대리인이 아니라 고위 관료사회를 움직여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직접 개입했다는 점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특히 김앤장은 재경부, 금감위 인사들과 협력해 사모펀드 론스타의 인수자격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바 있다.

론스타 사건을 간략히 살펴보자. 금융기관이 아니기에 은행법상 대주주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데는 두가지 작업이 필요했다. 그것은 불법적인 예외규정의 적용(은행법 시행령 8조2항,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과 BIS 비율 조작이었다. BIS 비율을 조작한 당사자들이 누구인지는, ‘정체불명의 팩스 5장’을 보냈다는 외환은행 허 모 차장의 죽음으로 미궁에 빠져있다. 그러나 불법적인 ‘예외규정 적용’에 김앤장이 직접 관여한 사실은 드러났다.

즉 2003년 7월 재경부와 금감위에는『Lone Star의 외환 은행 인수자격에 관하여』라는 작성인명이 없는 문서 하나가 전달됐는데, 이 문서는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김앤장이 작성해 비밀리에 재경부에 건넨 것이다. 재경부는 다시 이 문서를 금감위로 보낸다. 문서엔 사모펀드 론스타의 인수 자격을 해결하는 방안과, 외환은행이 ‘외부로부터 신속한 자본조달이 없으면 머지않아 재무구조가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는 전망이 담겨 있었다.

김앤장은 이 문서가 재경부와 김앤장 등이 참석했던 회의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KBS가 입수한 외환은행 내부문서는 이 회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재경부는 론스타의 인수자격 문제와 외환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두 가지 모두 불가’함을 통보하고 “이제 와서 이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정부를 무시하는 태도가 아니냐”고 질책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금감위에 결정권한이 있는 만큼 관련 규정을 개정해 론스타가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오겠다”고 말했다고 적고있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투자자국가소송이 시작됐다. 사진은 외환은행 노조. 연합뉴스.

김앤장이 재경부와 만나서 관련 규정을 개정해 오겠다고 말했다는 기록도 놀랍지만, 더 황당한 것은 이 회의 이후 금감위가 취한 행보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감위는 『Lone Star의 외환 은행 인수자격에 관하여』를 토대로 한 재경부의 요청 이외에 어떠한 법률검토도 하지 않고 론스타의 인수자격을 승인했다. 다시말해 금감위는 론스타의 대리인이 작성한 문서를 토대로 론스타의 인수자격을 승인한 것이다.

이렇게 법률대리인의 자격을 넘어 외환은행 인수에 개입한 김앤장 인맥이 한국측을 대변할 수 있을까?

외환은행 인수 개입한 김앤장 인맥 3인 한국측 증인으로

한국측 증인의 좌장격인 한덕수 전 부총리는 2002년부터 김앤장 고문으로 있다가 한미FTA 체결지원단장을 거쳐 국무총리가 된 인물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HSBC에 매각하려던 시기에 금융위원장을 맡았던 전광우 씨도 2009년 김앤장 고문으로 영입되었다. 김중회 씨는 금감원 부원장을 지낸 후 2008년까지 김앤장 고문으로 근무했다.

김앤장과 관련이 없는 증인들 역시 한국측을 대변하기엔 여러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김승유 전 회장은 2012년 민변 등 시민단체들로부터, 하나금융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주식을 높은 가격에 매수한 점 등의 배임 의혹으로 고발당한 바 있다. 검찰은 관련자들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지난달 초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따른 손해배상금 절반을 론스타에 되물어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하나금융과 론스타간 ‘이면합의’ 의혹 등 추문은 계속되고 있다

김석동 씨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작전 당시 해당 사안을 담당했던 금감위 간부이며,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나갈 당시엔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금융위의 위원장이었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 로드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2003년 7월의 이른바 ‘10인 비밀 대책회의’에도 참석한 바 있다. 성대규 전 국장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금융위에서 은행과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2월, 금융위가 이미 2008년부터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새로운 정황이 드러나면서 직권남용 등으로 참여연대에 의해 고발당한 바 있다.

한편 론스타는 2003년 1조 3천억에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2012년 4조 6천여억원의 이득을 남기고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했다. 이번 ISD소송은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의 매각 승인을 지연시켜 손해를 입게됐다는 이유로 론스타측이 제기한 것으로 소송액은 5조 1천억 가량이다.

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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