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도발 대응, 중소기업이 더 중요하고 급하다

2019.08.13 20:31 입력 2019.08.13 20:34 수정

중소기업중앙회가 일본제품수입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한 일본의 조치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10곳 중 9곳 이상이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전혀 준비 안된 곳도 절반이 넘었다. ‘충분히’ 또는 ‘모두’ 준비되어 있는 곳은 9.6%뿐이었다. 지난 7월 조사에서는 60%가 “6개월을 버티기 어렵다”고 했다. 일본 경제침략이 중소기업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는 일찍부터 예고됐다.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하면서 특별일반포괄허가 등 우회로는 열어뒀다. 국내 수입업체는 수출허가내부규정(ICP) 인증을 받은 일본 내 수출기업을 통하면 3년간 별도의 규제를 받지 않고 소재·기계·부품 등을 수입할 수 있다. 그러나 소규모 거래를 하는 중소기업은 ICP 인증을 받은 일본 내 수입선 확보가 쉽지 않다. 대응 능력도 떨어진다. 이번 조사에서 절반 가까이가 ‘재고 확보’를 대응력으로 제시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상당수 중소기업이 매출 급감, 도산 등의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100개 핵심 소재·부품·장비 공급안정화·국산화를 통해 대외의존형 산업구조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혔다. 예산, 법령, 세제, 금융 등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현실적이다. “대·중소기업 전속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국산화는 요원하다” “2~5년의 시간과 우수한 기술인력이 필요한데, 정부 대책은 막연하다” “대체품이 있어도 인증과 데이터 작업에 만 2년이 걸린다. 그 부담은 누가 지는가” 등 어려움에 대한 호소는 끝이 없다. 불매운동 등의 여파로 거래가 중단되고, 계약이 파기되는 등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은 국내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하소연조차 못한다고 한다.

중소기업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책임져야 할 경제의 허리다. 정부도 2001년 관련법을 제정해 전문기업 육성에 애써왔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은 품질·가격 경쟁력 등을 이유로 일본 소재·부품에 의존해왔고, 중소기업이 애써 대체재를 개발해도 ‘전속’이라는 가두리 안에 가둘 뿐이었다. 원천 기술을 빼내 중소기업이 도산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일본이 걸어온 싸움도 이런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를 직격한 것이다. 이를 반전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의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하고, 대기업은 눈앞의 이익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그래야 ‘소재부품-중간재-완제품’에 이르는 한국 제조업의 한 축을 ‘신뢰할 수 없는’ 일본에 의존하는 일을 없앨 수 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