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고3을 제외한 수도권 유치원, 초·중·고교 전면 원격 수업이 실시된 8월26일 경기도 수원 삼일공업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전의준씨(이하 교사 이름 가명)는 오늘도 헤드셋을 끼고 전화를 돌린다. “○○야 일어나라” “□□아 어서 출석 체크하렴”…. △△는 아예 전화를 계속 안 받는다. 학생 5~6명과 연이어 전화 상담하고 난 다음에는 종종 귀에서 이명이 들릴 때도 있다. 전씨는 “요즘 가끔 내 직업이 교사인지 콜센터 직원인지 헷갈린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남상욱씨는 오늘도 ‘방송 중’이다. 카메라 앞에 서서 실시간으로 학생들과 만나기도 하고 녹화를 한 다음 편집해서 올리기도 한다.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과 씨름하느라 종종 날밤을 새운다는 남씨는 “방송 촬영과 편집 쪽 일이 왜 ‘3D 업종’으로 불리는지 요새 체감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일의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학교 교사만큼 업무의 형식과 내용에서 격변을 경험한 직종은 그리 흔치 않다.

원래 교사는 매일 학교에서 학생을 만났다. 교실에서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며 지식을 전달하고 생활을 지도하고 진로를 상담했다. 코로나19 이후 더 이상 ‘교실 속 학생’은 기본값이 아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온갖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이 끼어들었다. 이제 교사는 학생을 ‘원격으로’ 만난다. 어쩌다 학생들을 ‘실물로’ 만나게 되는 오프라인 등교 날에도 마스크 쓴 반쪽 얼굴만 마주보며 밀린 수행평가를 부랴부랴 치러내야 한다. 방역 업무는 덤이다.

사실상 ‘맨땅에 헤딩’으로 이 사상 초유의 격변을 감당해낸 초중고 교사들의 지난 1학기는 어땠을까. 모르고 맞은 1학기보다 알고 맞는 2학기는 좀 나을까. 앞으로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이 새로운 교육의 시대를 교사들은 어떻게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을까. 경기도교육연구원은 지난 7월15일부터 27일까지 경기도 내 초중고 800개 학교의 학생·학부모·교사에게 ‘코로나19와 교육:학교 구성원의 생활과 인식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온라인 설문지를 돌렸다.

〈시사IN〉 제678호에서 학생, 학부모 조사 결과를 다뤘고 이번에는 ‘교사’ 편이다. 교사 3860명의 응답 속에서 코로나19가 만들어낸 학교 현장의 변화 실태와 과제를 살폈다.

ⓒ시사IN 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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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들아 보고 싶다, 화면 말고 교실에서

전의준 교사는 예전 학교에서 매시간 울리던 ‘학교 종’의 위대함을 코로나19 이후 깨달았다. “등교 시간에 맞춰 아이들이 책가방을 메고 교실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다는 걸 요즘 온라인 출석 체크를 하면서 절감하고 있다. 아이들은 종이 쳐야 자리에 앉고 교과서를 꺼내고 수업 들을 준비를 한다. 그 ‘루틴’이 사라진 지금 학생들을 PC 모니터나 태블릿 앞에 앉혀 수업에 끌어들이는 일 자체가 너무나 어렵다.” 1교시 내내 학생들 ‘모닝콜’로 시간과 에너지를 써버린 날도 적지 않다. 교사들에게 온라인 수업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을 물었을 때 전씨처럼 ‘(전화 및 문자 등) 학생 참여 촉진’을 꼽은 비율이 가장 높았다(〈그림 2〉 참조).

교사들은 제자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수업을 하던 코로나19 이전이 너무나 그립다. 온라인 수업 선호도가 매우 낮고(〈그림 1〉 참조), 학생과의 대면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긴다(〈그림 3〉 참조). “온라인을 통해 학생과 더 상호작용이 잘 된다”라고 느끼는 교사 비율은 4.3%에 불과하다(〈그림 4〉 참조).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배연희씨는 다른 교사들에게 사용법과 노하우를 가르쳐줄 정도로 원격 수업을 위한 디지털 기자재와 온라인 프로그램 사용에 능한 편이다. 콘텐츠 활용형, 콘텐츠 제작형, 실시간 쌍방향 수업 등을 모두 시도해봤다. 온갖 프로그램과 앱을 실험했다. 그런데도 원격 수업이 공교육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에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오프라인 수업을 보충하기 위한 도구, 딱 거기까지만 유용하다. 지식의 전달 측면에서나 상호작용 측면에서나 온라인 수업은 오프라인 수업에 한참 못 미친다.”

교사 96.5%가 동감한 대면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학생들은 비교적 시큰둥하다(〈그림 3〉 참조). 변화에 유연한 새로운 학생 세대의 특징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올해 학생들에게 오프라인 등교의 기억이 매우 나빴다는 점 또한 이 결과를 낳는 데 작용했으리라 교사들은 추측한다. “오프라인 등교가 시작됐을 때 처음에는 애들이 너무 좋다고 하다가, 학교에 나와도 계속 마스크 쓰고 짝꿍과 이야기도 제대로 못하고 계속 일방향 수업만 듣거나 평가만 줄줄이 치르고 하니까 ‘학교에 와도 재미없다’고 하더라(인천 초등교사 성은경씨).”

‘평가’의 문제를 많은 교사들이 거론했다. 학기 내 평가는 꼭 치르도록 돼 있고, 평가 방식은 무조건 대면이나 실시간 쌍방향을 통해서만 하도록 제한돼 있는데, 학생들의 등교 일수는 한정돼 있다. 그러니 학생들이 등교하는 날은 무조건 ‘시험 치는 날’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사 배연희씨는 “원격 수업의 한계를 잘 알지만, 어떨 때는 등교 날 학생들이 너무 불쌍해서 차라리 원격이 낫나 싶을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방역 때문에 쉬는 시간도 없이 수업이 이어지고, 화장실 갈 때마다 손을 들어 허락을 받아야 하고, 같은 반 친구가 용무를 마치고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리 급해도 기다려야 하고, 온종일 마스크를 끼고 공부하느라 ‘머리 아파요’ 호소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면서다. “매일 교실에 뿌려대는 소독약이 애들 몸에 어떨지도 솔직히 걱정스럽다. 그야말로 애들이 학교에 와도 문제, 안 와도 문제다.”

최근 교육부가 권장하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이러한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을까? 화상회의 시스템 ‘줌’이나 ‘구글 미트’ 등을 활용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분명 장점이 있다. 마스크 벗고 (모니터로나마)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공부할 수 있고 바이러스 확산 우려도 없다. 하지만 이를 수업에 적용해본 많은 교사들은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발견했다. 전의준 교사는 ‘출석 체크’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수업 콘텐츠와 과제를 제공하고 그것을 완수했는지 체크하는 방식으로 출석 체크를 하면 정해진 기한 안에 학생들이 학습하면 되기 때문에 결석률이 비교적 낮다. 그런데 실시간 수업을 하게 되면 여러 이유로 그 시간 접속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경우 원칙적으로 모두 결석 처리가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어디까지 느슨하게 기준을 둘 수 있는지 명확한 지침도 없어 심각한 혼선이 예상된다.”

고등학교 교사 신지민씨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기존 콘텐츠 제작·활용형 수업보다 학습 격차를 키울 것이라 우려한다. 훨씬 더 학습 ‘환경’을 탄다는 것이다. “열심히 하는데 형편상 사교육을 많이 못 받는 학생들이 녹화된 수업 자료를 계속 돌려보고 복습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는 것을 보고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고무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시간으로 하게 되면 집에 있던 학생이 창문 한번 닫고 오거나 택배 한번 받으러 나갔다 오면 진도가 훅 나가버리고 그 부분을 다시 돌려볼 수가 없다. 조용한 개인 학습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경우 훨씬 불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교사들에게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될 경우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수업 운영 방안’을 물었을 때 ‘실시간 쌍방향’(13.8%)은 ‘콘텐츠 활용형(35.8%)’과 ‘수업 영상 제공형(35.9%)에 비해 선호도가 크게 낮았다.

ⓒ시사IN 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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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수업 ‘기술’은 늘었지만…

경기도 고등학교 교사 김동진씨는 코로나19 이후 교사들의 변화를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나도 같은 교사이지만 사실 교사 집단이 좀 소심하고 변화 적응에 느리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1학기 초반 부랴부랴 원격 수업을 시작하면서 말 그대로 ‘멘붕’을 겪다가 어느새 금세 적응해나가는 모습들을 보고 굉장히 유능한 집단이구나, 생각했다. 주로 아래아 한글만 쓰고 엑셀도 겨우 다루던 50대, 60대 선생님들도 이제 무리 없이 장비들을 다루며 수업 콘텐츠를 뚝딱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고 있다.”

교사들은 자신감이 쌓였다. 1학기를 보낸 뒤 교사들에게 ‘온라인 수업 역량이 늘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84%가 ‘그렇다’고 답했다. ‘다양한 플랫폼 및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학습 콘텐츠와 과제를 제작·편집·활용할 수 있다(67.1%)’거나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결을 시도할 수 있다(56.6%)’는 교사 비율도 작지 않다(〈그림 5·6〉 참조).

하지만 그 안에서 상대적 격차로 힘들어하는 교사들도 발생했다. 특히 디지털 기기와 프로그램 활용에 익숙지 않은 고연차 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온라인 수업 운영에서 가장 큰 어려운 점’을 물었을 때 전체 1순위는 ‘학생 참여 촉진’이다(〈그림 2〉 참조). 그러나 경력 20년 이상 교사들만 놓고 보았을 때 1순위는 ‘콘텐츠 개발·자료 제작’이었다. ‘가장 지원받고 싶은 부분’으로 ‘다양한 미디어 활용 방법’을 택한 비율도 경력 5년 미만은 14.3%, 20년 이상은 35.2%였다.

연수받고 노력해서 교사들의 미디어 활용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교사들은 직업의 정체성에 도전받는 상황에 끊임없이 직면한다. 올해로 28년째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김순희씨는 개학 이후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배우고 뒤따라가려고 해보지만 다른 선생님들이 만들어내는 온라인 수업 자료들을 보면 나만 못하는 것 같고, 후배들에게 민폐만 끼치는 것 같아 내내 자괴감에 시달렸다.” 28년간 김씨가 축적해온 초등 교사로서의 강점은 ‘아이들과 몸으로 부대끼며 놀이 활동을 하는 시간’에 십분 발휘되었다. 책상과 의자를 교실 뒤로 다 밀어놓고 모둠 놀이 활동을 할 때 아이들이 깔깔대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김씨는 교사로서의 자부심을 느꼈다. “이제 원래 있던 내 역량은 쓸 기회가 없다”라며 김씨는 괴로워했다.

ⓒ연합뉴스8월26일 서울 송파구 보인고등학교 교무실에서 교사들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교육 불평등 걱정되지만 뾰족한 수가 없구나

교사들의 괴로움은 학생들의 학습과 생활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데서 또 가중된다. 전의준 교사는 1학기 시험 성적 분포를 보면서 학생들의 학습 격차를 체감했다. “확실히 중간층이 사라졌다. 잘하는 소수 학생은 제공된 학습 자료를 통해 여러 번 복습하면서 더 잘하게 된 반면 그나마 ‘벼락치기’로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오던 학생들이 다 하위권으로 내려가서 성적 양극화가 심해졌다.” 초등 2학년 담임을 맡은 김순희씨는 “가끔 있는 등교 수업 날 그간 온라인으로 배운 학습 상태를 점검해보면 한 반 22명 학생 가운데 내용을 이해하는 학생은 8명 정도밖에 안 된다. 8명 정도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학습이 안 되어 있다.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너무 막막하다”라고 말했다.

교사 83.7%가 ‘온라인 수업 후 학생 간 학습 격차가 더 커졌다’고 응답했다(〈그림 7〉 참조). 학습 격차를 무엇보다 염려하고(〈그림 8〉 참조) 고려하며(〈그림 9〉 참조) 수업을 하지만 사실 뾰족한 수가 없기는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김순희 교사는 “초등 고학년만 돼도 혼자 학교에 올 수 있으니 따로 불러서 학습 보충을 할 수 있지만, 저학년의 경우 학부모에게 계속 전화해서 상담을 제안하고 긴급돌봄에라도 보내주시라 요청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최근 가정방문형 1대 1 학습 지원 정책이 나왔지만 공지를 해도 신청을 거의 안 한다. 솔직히 방법을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대열에서 뒤처지는 아이들을 눈앞에서 목격하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며, 교사들은 답답함을 넘어 무기력감마저 느끼고 있다. “너무나 문제가 심각한데, 뭔가는 해야 할 텐데, 방법은 잘 모르겠고, 정말 답답하고 무기력하다”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다가 한계에 부딪히기를 반복했다. 사실상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없다는 생각에 우울하고 무기력해진다” 같은 목소리들이 교사들 사이에서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정신건강 악화를 경험한 교사도 적지 않다(〈그림 10〉 참조).

팬데믹으로 일상이 바뀌고 제약받기는 모두가 마찬가지이지만 교사들은 특히 더 위축된 마음으로 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특수학급 학생들을 가르치는 특수교사 민선영씨는 올해 들어 매일 출근 시간을 한 시간 당겼다. 출근길에 혹시나 바이러스를 묻혀 학생들에게 전하면 어떡하나 걱정되는 마음에 최대한 한산한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점심식사도 때를 놓치기 일쑤다. 오프라인 등교일에 시간대별로 나눠져 훌쩍 길어진 학생 급식 시간을 다 챙기고 나면, 혹은 온라인 등교 시기에 원격 수업과 학부모 전화 상담을 끝내놓고 나면, 종종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3시가 되어 있다.

온라인 수업 준비, 오프라인 수업 준비, 학생·학부모 상담에 방역 업무까지 더해진 일거리들 속에서 많은 교사들이 지쳐간다. 보이지 않는 수면 밑에서 열심히 발버둥치는 와중에, 드러난 윗부분만 보고 차가운 말을 내뱉는 사회에 교사들은 또 상처받는다. 배연희 교사는 “그야말로 전쟁터 같은 학교 현장에서 어쨌거나 교사로서의 사명감으로 헤쳐 나가고 있는데, ‘원격 수업을 하면서 교사들은 꿀 빤다’ ‘교사들 놀지 못하게 방학을 없애야 한다’ 같은 인터넷 댓글들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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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 깨고 나온 교사들, 팬데믹 속 교육의 희망 될까

전쟁터 같은 교육 현장 속에서 지치고 상처 입은 교사들에게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이 있다면, 바로 ‘협력의 재발견’이다. 교사 84.3%가 “코로나19 이전보다 학교 구성원들은 교육과정 및 학생 생활지도 등 다양한 사항에 대해 각자의 역량을 공유하며 서로 협력한다”라고 응답했다(〈그림 11〉 참조). “우리 학교는 학생 사안이나 방역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담당 교사 이외에 학교 구성원 모두가 다 함께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이전보다 우리 학교 상황에 대한 논의 및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같은 학교 내 민주주의와 공동체 의식을 묻는 다른 문항들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긍정적 응답의 비율이 높았다.

학교 안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회의와 설문조사, 숙의, 실험, 피드백, 정보 공유가 일어났다. 모두가 자기 일만 해서는 학교가 굴러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같이 움직여야 온라인 수업도, 오프라인 등교도, 방역도 원활해진다는 사실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교사들이 직접 목격하고 깨달았다. 김동진 교사는 특히 이번에 교사들이 수업 내용과 방식을 서로 논의하고 공유하며 협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원래 교사들은 서로의 수업 내용과 형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을 굉장히 조심스러워한다. 좋게 말하면 서로 존중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서로 벽을 치고 자기 수업만 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모두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 자료를 나누고 같이 만들고 피드백해주면서 전에 없이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코로나19가 준 위기와 기회 속에서, 교사들이 벽을 깨고 나와 새로운 교육의 장 앞에 섰다. 교사들만큼 팬데믹 속 교육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한 사람이 없고, 교사 집단만큼 그 위기의 깊이를 절감한 집단도 없다. 아직은 그들마저 명쾌하게 찾지 못한 답을 결국 우리 사회가 찾게 됐을 때, 그것을 교육 현장에 적용하고 실행할 주체도 바로 교사들이다. ‘코로나19와 교육’ 연구를 수행한 이정연 경기도교육연구원 교육통계센터장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교사들은 끊임없이 더 나은 교육을 고민하고 노력해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교육에 관한 새로운 표준을 요구하고 제안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개별 교사의 역량 하나만으로 뚫고 나가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정부와 사회가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글 변진경 기자·그래픽 최예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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