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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주간 헛다리 짚다 골든타임 놓친 돼지열병 방역

입력 : 
2019-10-15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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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 접경지역 내 야생 멧돼지 총기 포획을 허용했다. 지난 11~12일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철원의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내 야생 멧돼지 4마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내놓은 긴급 대책이다. 하지만 ASF가 국내에 발병한 지 4주가 지나서야 정부가 접경지역 멧돼지를 없애겠다고 밝힌 것은 '뒷북 대책'에 불과하다. 정부로선 헛다리만 짚다가 '방역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양돈업계와 전문가들은 중국 칭다오에서 ASF가 발생할 당시부터 "멧돼지를 매개체로 한 ASF가 북한을 거쳐 국내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멧돼지 개체수 조절을 요청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한강을 거슬러 북한 멧돼지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낮다"고 했고, 국방부도 "DMZ(비무장지대)를 넘어온 멧돼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멧돼지 감염보다는 불법 축산물을 통한 전파를 막는 데 집중하면서 조기 차단 기회를 놓친 것이다. 더구나 두 부처는 DMZ 내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나온 뒤에도 "남방 한계선 철책에는 경계시스템이 구축돼 DMZ 내 멧돼지 등의 남측 이동이 차단돼 있다"며 손을 놓았다. 감염 멧돼지 사체에 접촉한 다른 야생동물들이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간과한 것이다. 이번 사태로 국내 14곳 돼지농장에서 ASF가 발생해 15만마리 이상의 사육돼지가 살처분됐다. 양돈업계의 추가 피해를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멧돼지 방역관리업무를 수의방역을 총괄하는 농식품부로 이관해 정책을 일원화하고 일사불란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지난 5월 ASF 발병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북한과의 공동방역을 추진하는 것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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