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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3조원 펑크 난 퇴직연금, 운영체계 전면 개혁해야

입력 : 
2019-11-27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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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들이 쌓아놓은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자산이 실제 지급해야 할 돈에 비해 13조원가량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상장회사 1386곳을 조사한 결과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로 지급해야 할 '확정급여채무'는 72조원인데 '사외적립자산'은 59조원에 그치고 있다는 뜻이다.

DB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은 근로자 퇴직급여를 매년 금융기관에 적립하는데 원칙적으로 확정급여채무와 사외적립자산은 일치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기업들이 적립 의무를 소홀히 한 데다 퇴직연금의 운용수익률이 저조하다 보니 문제다. 그동안 퇴직연금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안정지향적으로 투자해왔고 2014년 2.4%이던 운용수익률이 지난해에는 1.4%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지난해 임금 상승률은 4.3%에 이르렀고 퇴직급여는 임금 상승률에 따라 늘어나고 있다. 결국은 기업들이 임금 상승률과 퇴직연금 운용수익률 사이 격차를 보전해야 한다. 한국전력을 예로 들면 지난해 확정급여채무는 1조3071억원인 반면 사외적립 퇴직급여는 5513억원으로 퇴직급여부채가 7558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퇴직급여부채가 늘어나면 당장 기업들은 재무구조에 부담을 안게 되고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

기업과 근로자를 모두 불안하게 만드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연간 평균 수익률을 1%포인트 올리면 앞으로 5년 동안 기업의 퇴직연금 부담이 3조70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와 일임형 제도는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꾸준히 논의돼 오고 있다. 전문적인 자산운용기관에 맡겨 투자선택의 폭을 넓히려는 방안이다. 이들 방안에 대해 몇 년 전부터 의원입법으로 추진돼왔고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도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퇴직연금 운영체제 개편은 그 특성상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일이다. 그런 만큼 국회 논의도 뒤로 미루지 말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진행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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