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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글혁명 두 주역의 퇴장을 보며

입력 : 
2019-12-06 0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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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들은 1998년 구글 창업 이후 지금까지 20여 년간 인터넷 세계의 문법을 설계했던 인물들이다. 오늘날 인터넷은 하나의 독립적 세계로 작동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구글이라는 창을 통해 그 세계를 들락거린다. 상당수 사람에게는 구글 자체가 인터넷과 동의어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구글은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현대인들의 삶에 가장 많이 관여하는 기업이다. 페이지와 브린 둘 다 1973년생으로 한창 일할 나이지만 은퇴가 어색하지만은 않은 것은 그들이 보여준 열정과 성취가 워낙 컸기 때문일 것이다.

페이지와 브린은 인터넷 기업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구글은 오랫동안 특유의 개방성으로 전 세계 엘리트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장으로 군림해왔다. 구글 직원들에게는 업무시간의 20%를 본업이 아닌 혼자만의 프로젝트에 몰두할 자유가 주어진다. 이 여백의 시간에서 구글의 다음 먹거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두 창업자의 철학이었다. 실제 자율주행, 인공지능, 노화방지 연구 등 한때 공상처럼 여겨졌던 아이템들이 지금 구글의 주력 사업이 됐다. 구글이 매주 금요일 개최해 온 전 사원 미팅 'TGIF'는 상하 구분 없이 이뤄지는 열린 의사소통의 대명사가 됐다. 많은 연구자들이 20년간 멈추지 않는 구글 혁신의 원동력을 여기에서 찾고 있다.

그런 구글조차 관료화 등 위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가 반(反)독점 혐의를 조사 중이고 아마존 등 경쟁사들의 도전이 거세다. 중국의 검열 체계에 맞춘 제한적 검색엔진을 개발해 구글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듣는가 하면 사내 성희롱 문제 등으로 인해 직원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외신은 "기울어지는 배를 바로잡는 대신 배에서 뛰어내렸다"고 창업자들의 은퇴에 비판적인 내부 목소리를 전했다. 페이지와 브린은 그러나 지금까지 업적만으로도 인터넷 지평을 넓힌 혁명가로 기록될 것이다. 향후 20년 세계를 주도할 새 혁명의 씨앗은 한국에서 움텄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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