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온라인 탑골공원`의 폭격](http://contents.dt.co.kr/images/201909/2019092502102269660001[1].jpg?var=1056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온라인 탑골공원`의 폭격")
반응이 상당히 뜨겁다. 처음 유튜브 채널을 열었을 땐 접속자 수가 두자릿수에 불과했지만 곧 입소문이 퍼지면서 라이브 방송 실시간 동시 접속자 수가 2만 명을 돌파했다. SBS 콘텐츠가 인기를 끌자 KBS도 추억의 음악방송 '가요톱10'을 내보내는 '어게인 가요톱10' 채널을 개설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원래 유튜브에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자 외면만 할 수는 없었고, 결국 과거 콘텐츠를 제한적으로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결정을 하면서도 지금과 같은 성공은 예측하기 어려웠다. 누구도 예상 못했던 엄청난 반향으로, 방송사의 과거 콘텐츠 재가공이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다.
이런 반응은 일단 그 시절에 청춘기를 보냈던 사람들이 추억을 찾으면서 발생했다. 징후는 이미 있었다. '무한도전'에서 90년대 가요제 특집을 했을 때 시청률 20%를 돌파할 정도로 파장이 일었고 정규뉴스가 사회현상으로 소개할 정도였다. 이 인기가 단발로 끝나지 않아서 결국 젝스키스, HOT와 같은 90년대 아이돌이 재결성되기에 이르렀다. 최근엔 90년대 걸그룹인 핑클이 완전체로 재등장해 예능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을 보면서 3040 세대는 추억을 떠올리고 위로받는다. 현실이 각박할수록 사람들은 추억을 찾게 된다. 원래도 인간이 과거의 추억에서 따스함을 느끼며 위안을 받는 경향이 큰데, 우리의 과거는 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실제로도 과거가 더 따뜻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억이란 미화되는 경향이 있어서 과거가 요즘과 별 차이 없더라도 보다 따스한 쪽으로 윤색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 과거는 실제로도 따뜻했으니, 거기에 기억의 미화까지 더해지면 파괴력이 더 커진다. 이래서 추억으로 위로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한국사회는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그전까지는 공동체적인 분위기가 있었지만 21세기엔 각자도생의 정글로 변했다. 그전까지는 미래 희망이 있었지만 21세기엔 저성장의 뉴노멀로 희망이 사라져갔다. 만성적인 취업난, 경쟁압박, 비정규직 등 민생불안으로 불안심리가 커졌다. 이래서 불안해지기 이전 시대에 대한 향수가 커진 것이다.
음악분야에도 90년대를 기점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90년대에 아이돌 댄스음악이 나타나 그 이후 한국 대중음악을 규정했다. 오늘날엔 비슷비슷한 아이돌들의 디지털 기계음 댄스음악이 대중음악계를 완전히 장악해서 다양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까지는 현재 음악과 비슷하지만 그래도 다양성이 남아있었고, 댄스음악에도 전통적인 멜로디가 살아있었다. 그래서 과거 콘텐츠가 현재의 획일성으로부터 잠시나마 피신할 공간이 되는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과거 콘텐츠는 단순히 추억 소환의 기능만이 아닌 현재 트렌드와 다른 대안 콘텐츠로서의 기능까지 하게 된다. 이런 기능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 10~20대의 가세다. 단순히 추억 소환만이라면 기성세대의 참여로 끝났을 텐데, 대안 콘텐츠로서의 새로움이 있기 때문에 어린 세대까지 '온라인 탑골공원' 현상에 가세했다. 이 현상이 기존의 복고와 차별되면서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는 이유다.
10~20대는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난 세대다. 기성세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첨단문화에 친숙하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첨단문화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기도 하다. 요즘 중노년 세대는 최신 디지털 문화를 학습하기에 바쁘지만, 10~20대는 거꾸로 첨단문화로부터의 휴식을 모색한다.
그래서 복고(레트로)가 새로운 복고인 '뉴트로'로 바뀌었다. 단순히 기성세대에게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복고만이 아닌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다가가는 복고다. 중고제품이 많은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이 '핫스폿'으로 떠오르고 오래된 골목길에 젊은이들이 북적거린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탑골공원' 현상도 나타난 것이다. 중년층과 젊은층 모두가 호응하기 때문에 새 복고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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