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몰표 없이 더민주 영남 표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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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국민의당 지지한 호남의 선택 존중해야

[오마이뉴스추광규 기자]

4.13총선이 끝난 지 나흘이 지나갑니다. 선거 결과야 잘 알다시피 더민주가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123명의 당선자를 내면서 원내 1당으로 올라섰습니다. 새누리당은 122석을, 국민의당은 38석을 그리고 정의당은 6석, 무소속 후보자는 총 11명입니다. 야 3당의 의석수를 합하면 167석으로 원내 과반수를 훌쩍 넘으면서 2017 대선까지 야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되었습니다.

 4.13총선 선거운동 첫 날인 3월 31일 오후 3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안산을 방문해 이 지역에 출마한 4명의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 추광규

총선 야당 승리에도 환호성보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야당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이번 4.13총선이 큰 성공으로 마무리 된 것 같은데 SNS의 이런저런 글들을 살펴보면 불만이 상당합니다. 그리고 그 불만의 표적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호남에 모아집니다.

비난의 요지는 3자 구도 때문에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서울 9곳과 경기 10곳 등 수도권에서만 23곳에서 당선되었다는 것입니다. 또 그러한 이유를 들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 더해 호남에 비난의 화살을 겨누고 있습니다. 

또 3자 구도로 새누리당에 의석을 헌납한 대표적인 지역으로 안산 단원갑과 을 선거구를 꼽고 있습니다.

안산 단원갑 지역구는 새누리당 김명연 후보가 2만7913표(39.29%) 더민주 고영인 후보가 2만5151표(36.18%) 국민의당 김기완 후보 1만4988표(21.56%) 무소속 이영근 후보 2056(2.95%)를 얻었습니다.

안산 단원을 지역구는 새누리당 박순자 후보가 2만4891표(38.08%), 더민주 손창완 후보 1만6565표(25.34%), 국민의당 부좌현 후보 2만1693표(33.18%) 정의당 이재용 후보 2216표(3.39%)를 얻으면서 두 지역구 모두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했습니다.

이 같은 결과만 놓고 보면 야당이 갈라지면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당선된 것은 명백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왜 그 비난의 화살이 국민의당만 겨냥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안산 단원 갑을 두 지역의 경우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상호 교차해서 단일화를 했다면 최상의 결과가 나왔을 걸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즉 안산 단원갑 지역의 경우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와 같이 지지율이 높았던 더민주 고영인 후보로 단일화하고 단원을 지역의 경우 마찬가지 이유로 국민의당 부좌현 후보로 단일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두 지역을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사이좋게 나누어 가졌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안산 단원을 지역구는 제가 느끼기에는 야권 단일화를 거부한 후보는 더민주 손창완 후보였습니다.

 손창완 후보 유세원들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습니다.
ⓒ 추광규

국민의당 부좌현 안산단원을 후보는 지난 3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야권연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 손창완 후보에게 야권단일화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날 부좌현 후보는 자신이 일주일 전인 3월 22일 야권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지만 일주일이 다 되도록 더민주 후보로부터 아무런 응답을 얻을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야권단일화를 못하면 새누리당이 어부지리 압승할 것이라며 손창완 후보에게 야권연대를 강하게 촉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좌현 후보의 제안에 대해 더민주 손창완 후보는 '후보단일화를 위해서는 우선 공정한 경쟁 구도가 잡힌 후 진행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는 이유를 들면서 후보단일화를 차일피일 미루었습니다.

그후 더민주 손창완 후보는 부좌현 후보의 단일화 요구를 외면하고 선거기간 내내 지역구를 돌면서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부좌현 후보를 공격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했습니다. 그에게는 주적이 새누리당 박순자 후보가 아닌 국민의당 부좌현 후보인걸로 보였습니다.

실제 손창완 후보는 선거 마지막 날인 지난 4월 12일에는 유세차량에 몸을 싣고 단원구 초지동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을 돌면서 유세전을 펼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손 후보는 고성능의 확성기를 통해 아파트 실내에서도 또렷하게 들을 수 있게끔 절박한 목소리로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손 후보는 자신에게 표를 찍어야 사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렇다면, 안산 단원을 지역구만 놓고 본다면 3자 구도로 때문에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에 23곳의 승리를 안겨줬다는 더민주 지지자들의 비난은 정당치 못한 것 같습니다.

더민주는 자당에게 유리하면 후보단일화를 하고 불리하면 외면한다고 비쳐졌기 때문입니다. 실상은 이런데도 안산 단원갑·을 두 지역에서 야권단일화를 하지 못했다고 국민의당 후보와 안철수 대표를 비난하는 더민주 지지자들의 비판이 정당한 건가요?

여기에 더해 비례대표 정당투표 결과를 놓고 본다면 지역에서는 더민주 후보를 찍어준 상당수가 비례대표에는 국민의당을 선택한 걸로 보입니다. 즉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 더민주 후보가 좋아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 2번을 찍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유권자들과 만나고 있다.
ⓒ 추광규

안철수를 넘어 그를 지지한 호남에 대한 비난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준 호남에 대한 더민주 지지자들의 푸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번 4.13총선이 1990년 3당 합당 전 상황이 아닌가 합니다. YS의 통일민주당, DJ의 평민당, 노태우의 민정당이 바로 그것입니다.

YS가 이끌던 통일민주당이 부산을 기반으로 전국에서 골고루 의석수를 가지고 있었던데 반해 DJ의 평민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수도권에서는 불과 몇 석에 불과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번 4.13총선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닌가 합니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문재인 전 대표의 더민주가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당선자를 내게 된 배경은 국민의당이 호남 색깔을 진하게 띠면서 상대적으로 더민주의 지역색이 옅어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만약 더민주에 호남이 이전과 같은 지지를 모아줬다면 대구의 김부겸 후보나 무소속 홍의락, 부산 경남의 더민주 후보들이 그렇게 많이 당선할 수 있었을까요?

국민의당의 호남색이 강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더민주의 호남색은 옅어졌고, 이 때문에 영남권에서 야권의 지지기반이 확장되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지 않을까요? 또 여야 2당 체제에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새로운 역할을 국민의당에게 희망한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제 개인적으로는 호남이 국민의당을 택했지만 그 속내에는 더민주에 대한 서운함이 기반으로 하고 있을 뿐이지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애정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2012 대선 이후 더민주를 장악한 문재인 전 대표의 소위 친노 세력은 야권단일 후보로 새누리당에 맞섰지만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각종 보궐선거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이번 4.13총선에서도 야권단일화로 새누리에 맞섰다고 해도 이번과 같은 결과는 얻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더민주 지지자들의 호남에 대한 비판은 적절치 못하다고 봅니다. 대선 실패에 대한 잘못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 없이 가장 새누리당에 적합할 것처럼 비치는 김종인 대표를 영입한 더민주. 호남을 자신의 지갑속 현금처럼 여기는 듯 한 더민주의 행태에는 결코 지지를 보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대표 자료사진
ⓒ 추광규

우리 정치사에서 호남은 가장 야당다운 야당에게 지지를 몰아줬습니다. 이번에는 그 선택이 국민의당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더민주 지지자들은 4.13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한 호남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호남의 정신은 DJ의 햇볕정책을 계승함으로써 북한과의 관계를 긴장과 대결구도가 아닌 평화와 공존으로 이끄는 것을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2017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어 중단된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하고 남북 모두의 발전을 꾀하는 남북관계를 원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또 그 같은 정책기조를 이어가는 야당에게 그 전폭적 지지를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입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향한 더민주 지지자들의 저주의 굿은 지금이라도 멈춰야 합니다. 더민주 지지자들의 호남에 대한 저주성 푸념은 지금이라도 멈춰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더민주 지지자들이나 국민의당 지지자들이나 2017 대선에서 야권으로 정권이 교체되어 새누리당이 지난 10여년 세월동안 되돌려 놓은 역사의 정의를 다시 바로잡아 나가기를 염원하기 때문입니다. 비난은 서로에게 상처만을 입힐 뿐 입니다. 2017대선에서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비난을 멈추고 서로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자세가 먼저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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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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