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D-16] ‘무원칙 공천’ 강재섭 사퇴 촉구…강대표 ‘불출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3일 한나라당의 ‘4·9 총선 공천’을 “정당정치를 후퇴시킨 무원칙한 공천”으로 규정하며 사실상 강재섭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공성진·차명진 의원 등 한나라당의 소장파 출마자 55명도 이날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대국민 사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총선 불출마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총선 불출마로 맞불을 놓으며 “더 이상 누구도 이제 공천 결과에 대해 시비걸지 말라”고 요구하는 등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내부 갈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공천은 정당정치를 후퇴시킨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였고, 과거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호소해 얻은 천금같은 기회를 날려 버린 어리석은 공천”이라며 “당 대표와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사실상 강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상향식 공천이 사라지고, 당헌당규는 무시되고, 당권-대권 분리도 지켜지지 않았다. 당 대표가 비례대표 영입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칭찬받았다고 자랑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청와대의 공천 개입도 겨냥했다. 그는 특히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이렇게 할 목적으로 (공천을) 뒤로 미뤘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결국 저는 속았다. 국민도 속았다”고 강한 배신감을 표출했다.
이에 강재섭 대표는 이날 저녁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번 공천은 세대교체를 통해 국민에게 다가가고 싶은 공천심사위원들의 충정이 있었다”며 “대표직에서 사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권교체 마무리와 총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질 각오가 돼 있다”며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상득 부의장 불출마 요구와 관련해 “내가 희생했으니, 이것으로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후 차명진·진수희·공성진·윤건영 의원 등 한나라당 공천자 55명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민을 외면한 정책 혼선, 잘못된 인사, 퇴색된 개혁공천 등에 대해 우리 자신부터 국민들에게 사과를 드린다”며 “청와대와 당 지도부 역시 국민들께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형님공천’ 논란의 당사자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에 대해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향후 일체의 국정 관여 행위를 금해야 한다”며 사실상 2선 후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또 “잘못된 인사는 국민의 뜻을 존중해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부실한 검증과 폐쇄적인 인사 건의로 인사파동을 초래했던 청와대 관계자에게 책임을 묻고 사퇴를 시켜야 한다”며 사실상 이상득 부의장의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의 사퇴도 요구했다. 이에 이상득 부의장 쪽 한 관계자는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반면, 이날 밤늦게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이상득 부의장과 동반 불출마’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오 의원은 조만간 불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박근혜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박근혜 “한나라 지원유세 없다”…‘친박’ 우회지원 나설 듯▶ 강 대표 “더이상 시비 말라”…이상득 ‘총대‘ 메고 배수진▶ 이 대통령 ‘보이지 않은 손’ 전횡에 갈등 폭발▶ 이재오계 “계파투쟁 밀리면 안돼”▶ 이상득 “총선에 끝까지 임할 것”▶ ‘형님 불출마론’ 폭발…긴박했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