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쓸데없는 일이 신기술 창조” 노벨상 수상자 말 새겨야

2019.10.10 20:34 입력 2019.10.10 20:35 수정

리튬이온전지 개발로 올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요시노 아키라 아사히카세이 명예펠로(71)가 새로운 기술개발 및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선 호기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쓸데없어 보이는 일을 많이 해야 한다”고 10일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요시노는 또 “자신만의 호기심으로 새로운 현상을 열심히 찾아내는 게 필요하다. (연구결과를) 무엇에 사용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당장 눈앞의 성과에 매달리지 말고, 과학자들이 창의성을 최대한 발현토록 하는 연구풍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지적은 한국의 교육·연구 현실에 새겨야 할 바가 적지 않다. 이혜정 ‘교육과 혁신연구소’ 소장이 몇해 전 서울대 학생들의 학습패턴을 연구한 결과 교수의 강의 내용을 단어까지 그대로 받아 적은 뒤 시험에서 교수가 한 말에 최대한 가깝게 써내는 학생들이 최우등 학점을 받는 반면 자신만의 생각을 드러낸 학생들은 낮은 성적을 받았다고 발표해 충격을 준 바 있다. 한국 최고대학 서울대에서도 창의적 사고력보다는 순응적 사고력이 더 평가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연구·개발(R&D) 분야도 단기 성과주의와 관리자 중심주의가 창의력을 말살하고 있다. 대학·출연연구소·기업에 지원하는 정부의 연구·개발 과제는 실패하면 재도전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연구관리자도 이런 사정 탓에 안전한 목표를 설정한다. 그러니 과제성공률은 98%에 달하는데 정작 세계에 내놓을 만한 혁신은 일어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연구할 시간에 연구 내용에 관한 보고서를 쓰고 연구가 잘 안되면 그 이유를 설명하는 보고서를 써야 한다.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아 있는데 5분마다 들어와서 왜 1등 못하냐고 채근하는 격”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학생이건, 연구자건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할 의지를 잃어버린다.

21세기는 창의성의 시대다. 기성의 사고·학습 회로를 벗어나지 않으면 혁신을 일으킬 수 없다. ‘노벨상의 산실’ 교토대학은 ‘괴짜’를 장려하는 풍토로 유명하다. 색다른 시각을 지닌 연구자의 연구를 소개하는 ‘괴짜강좌’도 열린다. 교수들도 상용화 여부와 무관한 별난 연구에 매달린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쓸데없는 짓’이야말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진실에 도달하거나 또 다른 혁신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일 수 있다. 실패 없이 창조는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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