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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이 던진 입시 개편, 이번엔 제대로 해보라

입력 : 
2019-09-04 0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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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대학입시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대학입시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 달라"고 지시하면서 교육부가 논의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입시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여전히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언급했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당시 국가교육회의를 통한 공론화까지 거쳐 대학에 정시전형 비율을 30%로 확대하라고 권고했는데 문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간 입시 제도를 만들라고 주문한 것이다.

한국 입시 제도는 현재 고등학교 1, 2, 3학년이 치르는 제도가 모두 다를 정도로 걸핏하면 바뀌었다. 근본적인 개혁 없이 땜질식 처방을 내놓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이번에 또 바뀌면 교육현장은 다시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하지만 조 후보자 딸 대입 논란을 계기로 수시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만큼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 2020학년도 대입전형에서 내신·학생부 위주로 뽑는 수시는 무려 77.3%를 차지하고 있다. '깜깜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이 많은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과 정시전형 확대 등이 검토될 수 있다. 하지만 정시 확대는 수능을 절대평가로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 공약과 배치되고 2025년 전면 도입하려고 하는 고교학점제와도 모순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정시가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진보 교육감 역시 정시 확대에 부정적이다.

교육부는 이번에야말로 이것저것 눈치 보지 말고 소신을 갖고 대입과 고교 교육과정 전반을 대수술해야 한다. 지난해 수시·정시 비율, 수능 평가 방식 등 대입 핵심 현안을 공론화 작업에 떠넘기고 어정쩡한 결론을 내놓은 데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번에 또 시늉만 내고 땜질 개선에 그치면 국민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그 직을 걸고 반칙과 꼼수가 끼어들지 않을 백년대계를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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