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 아무리 추경이 급하다지만 ‘47분’ 심의가 뭔가

2020.06.30 20:56 입력 2020.06.30 21:05 수정

32년 관행을 깨고 국회 상임위원장 여당 독식 체제를 갖춘 더불어민주당이 추경 처리 속도전에 나섰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보이콧한 16개 상임위에서 29~30일 추경안 심사를 마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8개 상임위는 정부안을 그대로 통과시켰고, 교육위 등 8개 상임위는 3조1031억원을 증액했다. 심사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운영위는 47분, 외교통일위는 63분, 국방위는 69분 만에 심사를 끝냈다. 16개 상임위의 평균 심사 시간은 1시간57분이었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을 듯한 기세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예산 심의가 아닌 통과 목적의 상임위에 동의하지 않겠다”며 유감을 표하고 퇴장했다. 6월 국회 회기(7월3일)에 추경 처리를 하기 위해 졸속심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3차 추경은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편성됐다. 일자리 보호 등 본래 목적을 달성하려면 빠른 집행이 생명이다. 그런데 국회는 정부의 추경안 제출 후 24일 동안 심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여야 간 법사위원장 자리 다툼으로 국회가 공전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단독으로 상임위를 꾸리고 뒤늦게 심사에 나섰다.

시간이 촉박하다고 세금 35조원이 들어가는 예산안을 대충 심사하는 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 빠른 처리만큼이나 꼼꼼한 심사로 세금 낭비를 막고 효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하는 게 국회의 임무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목적이 불분명하고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사업이 상당수 편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예결위는 1~2일 소위원회를 열어 최종 예산 규모를 조정할 예정이다. 예결위에선 실질적인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 국회를 ‘통법부’로 만들어선 안 된다.

통합당은 30일 2주의 심사기간을 더 주면 추경안 심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단독 원구성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추경안 심사 등 민생 현안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국회 파행 책임의 한 축인 통합당은 조건을 걸 것 없이 당장 보이콧을 풀고 상임위로 복귀하기 바란다. 민생을 외면한 강경론은 지지받을 수 없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차 추경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통합당이 추경안을 따질 곳은 소통관이 아니라 국회 회의장이다. 추경은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고 그 시점은 최대한 당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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