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종인 선대위원장, 더민주 ‘친노 패권주의’ 깰 수 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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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김 위원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단독 선대위원장을 전제로 (영입을) 수락했고, 선대위는 당 대표의 권한이 이양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가 사퇴 시기를 밝히지 않았고, 천정배 신당과의 통합 시 공동 선대위원장을 둘 수 있다는 식으로 여운을 남겼음에도 김 위원장은 자신이 사실상 당 대표 역할을 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야당이 통합되는 게 간절한 희망일지 모르지만 그런 생각이라면 당이 이렇게 분열됐겠나”라고 반문해 통합 가능성도 부정적으로 봤다.

김 위원장은 전두환 정부 때부터 35년간 여야를 넘나들고, 2012년 총선과 대선 때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도운 중도보수 성향이다. 그가 ‘철새 정치인’ 논란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과거 2억 원대의 뇌물 수수 비리로 실형을 살고 의원직을 상실한 전력도 있다. 혁신위원회까지 구성해 마련한 ‘비리 전력자의 공천 배제’와 정면충돌한다. 그럼에도 문 대표가 김 위원장을 ‘구원투수’로 영입한 것은 양수겸장의 방책으로 보인다. 먼저 안철수 의원 주도의 국민의당으로 자당(自黨) 탈당 의원들이 몰려가는 흐름을 끊기 위해서다. 중원을 선점하는 전략으로 새누리당에도 일격을 가하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더민주당에 안착하려면 이 밖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야당을 재정비하고 정책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친노 패권주의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확 달라져 중도보수층으로의 외연 확장도 가능해질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더민주당은 그동안 정책정당으로 전환하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으나 번번이 운동권 체질을 탈피하는 데 실패했다. 수권을 꿈꾸는 제1야당으로서 정부 여당을 상대로 대안을 내놓고 정책 경쟁을 벌이기보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 내달렸다. 지금은 호남 세력과 일부 온건파의 이탈로 친노와 운동권 중심이 더욱 굳어진 상태다. 친노 주류가 당내 패권을 지키려고 분당까지 감수한 터에 혼자 들어온 ‘얼굴 마담’에게 생사여탈권까지 호락호락 내줄지도 의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불평등을 해결하고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를 당의 총선 대표 정책으로 내세우겠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평소 “복지는 성장과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복지의 우선순위는 최빈곤층과 차상위계층”이라는 복지관을 내비쳤다. 반(反)재벌과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당 노선과 차이가 커 충돌할 소지가 있다. 지금 같은 경제 침체기에 경제민주화가 얼마나 국민에게 먹힐지도 두고 볼 일이다.
#김종인#더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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