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르포] 고베 대지진급 `본진`…두 번째 강진에 다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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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4.17. 오후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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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 산사태

17일 이틀새 규모 6~7을 기록한 두 차례 강진이 덮친 일본 구마모토현 마시키마치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골목 곳곳은 폭격을 맞은 듯 지붕이 통째로 무너진 주택과 담장 파편으로 어지러웠다. 반쯤 무너진 채 힘겹게 버티고 서있는 2층 목조주택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무너진 주택을 멍하니 바라보던 한 노인은 “이런 지진은 평생 처음”이라며 한숨지었다. 시키마치 야구바(면사무소) 옆에 설치된 자위대 구호캠프에는 물과 생수, 의류를 배급받기 위해 나온 주민들로 긴 행렬이 이어졌다. 구마모토현을 비롯한 규슈 전역을 덮친 강진 사망자 41명중 절반에 가까운 20명이 마시키마치에서 나왔을 만큼 피해가 컸다.

악몽은 16일 토요일 새벽 1시25분에 시작됐다. 이틀 전인 14일 규모7의 강진에 놀란 주민들은 여진에 대비했지만 찾아온 것은 본진(本震)이었다. 기상청은 “14일부터 이어진 여진은 16일 강진의 전진(前震·전조)이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1995년 고베대지진과 맞먹는 진도 7.3의 강진에 가뜩이나 약해진 지반과 목조건물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파편이 가득한 집안을 둘러보던 50대 여성은 “첫 강진 때는 괜찮았지만 두 번째 강진에 모든 것이 무너져내렸다”며 몸서리쳤다.

강진은 점점 동진해 마시키마치에서 28km 떨어진 아소산 인근 미나미아소마치까지 덮쳤다. 지반 붕괴와 무너진 토사로 가는 길마저 차단된 미나미아소마치에서는 7명이 사망했고 11명이 행방불명됐다. 설상가상으로 강진이 덮친 16일 오전 아소산에서 분진이 100m 정도 치솟는 소규모 분화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지진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지만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4일 이후 400차례가 넘는 여진에 부상자는 2000여명을 넘어섰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일본 정부는 자위대 2만5000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인명구조작업에 나섰다. 지난 14일 시작된 강진은 구마모토와 아소산 부근, 그리고 오이타현 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무너진 아소 신사

구마모토현에서는 40만가구 이상이 단수로 고통을 겪고 있고 가스가 끊긴 주택도 10만가구 이상이다.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경제적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국내외 온천관광 명소 오이타현에서는 놀란 관광객들의 탈출이 이어지면서 영업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도요타, 혼다 등 자동차 회사와 파나소닉, 소니, 미쓰비시 등 전자업체들도 규슈 지방 공장 조업을 일시 중단하고 생산라인 점검에 나선 상태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이른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서는 지난 14일 구마모토현 강진을 전후로 잇따라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대만과 과테말라, 필리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지진이 일어났다. 16일 남미 에콰도르 태평양 해안에서는 규모 7.8 초강력 지진이 발생, 41명이 사망했다.

[구마모토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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