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피하려면 재외동포 적극 받아들여야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에 3704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하기 시작한다. 생산가능인구이 줄면 젊은 노동력의 부족, 근로자의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하락 등이 서서히 가시화된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은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전체적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질 수 있는데다 중위연령이 높아져 생산력이 떨어지게 된다"며 "한국은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변하면서 중위연령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위연령이란 전체 인구를 연령순으로 일렬로 쭉 세운 뒤 균등하게 2등분했을 때 나오는 연령을 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년 한국의 중위연령은 48.5세로 2014년 40.2세에 비해 8.3세가 높아진다. 박 이사장은 "2030년에 미국의 중위연령은 39세인 반면 중국은 43세, 러시아는 44세, 독일은 49세, 일본은 52세가 된다"며 "미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젊은 노동력을 확보하고 있어 앞으로도 경쟁력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남한 인구의 14%에 달하는 재외동포를 적극 받아들이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합계출산율이 1명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출산율을 끌어올려 신생아를 생산가능인구로 키우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인종적으로,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이민자보다는 재외동포를 받아들이는 것이 사회 통합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정은 이민정책연구원 박사는 "재외동포는 우리와 외모가 비슷하고 아예 민족적으로 다른 외국인에 비해 문화 차이가 덜해 좀더 쉽고 원활하게 우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주동포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의 재외동포 규모는 704만명이다. 전세계 순위로는 이탈리아(5000~6000만명), 중국(3700만명), 인도(2600만명), 우크라이나(2000 만명), 멕시코(1800만명), 레바논(1200~1400만명), 이스라엘(782 만명)에 이어 8위다.

재외동포재단은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재외동포수를 701만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남한 인구수 5022만명 대비 14.0%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국 거주 동포가 257만명, 36.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어 미국(209만명, 29.8%), 일본(89만명, 12,7%) 순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재외동포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재외동포를 어떻게 포용하고 활용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는 "글로벌화된 대기업조차 재외동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교육·평가 차원의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다"며 "외국에서 인력 유입이 필요한 국내 산업을 좀더 면밀히 살피고 국내에 들어온 재외동포에 대해선 좀더 꼼꼼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정책연구원의 오 박사는 "재외동포를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인력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문제"라며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흡수되도록 하는 세밀한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등 아시아권에 거주하는 재외동포와 서구권 동포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없애는 동시에 재외동포가 무리없이 한 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