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바둑아 홍삼 먹자!”… 반려동물 산업 2조원대로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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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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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인삼공사는 지난달 6년근 홍삼을 함유한 반려동물 건강식 ‘지니펫’(사진)을 출시했다. 홍삼을 처음 전매하기 시작한 대한제국 시절까지 포함해도 인삼공사가 사람 외에 동물을 상대로 제품을 출시한 것은 지니펫이 처음이다. 인삼공사는 박사급 연구원으로 구성된 전담조직을 만들어 3년여의 연구·개발 기간을 거친 끝에 신제품을 선보였다. 인삼공사가 반려동물 건강식까지 출시한 것은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과 무관치 않다. 최근 1인 가구 증가, 출산 기피, 노령화 등으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과 family의 합성어)’이 늘면서 관련 산업 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반려동물 관련 산업도 미국 일본 같은 선진 시장처럼 갈수록 분화되면서 고급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글로벌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은 장난감이란 의미가 강한 ‘애완동물(pet)’이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의미의 ‘반려동물(companion)’로 바뀐 데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동물학자인 K.로렌스가 1983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처음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를 제안한 이래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일반 용어로 정착됐다. 국내는 2007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된 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농협경제연구소가 201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2년 9000억원에서 올해는 1조8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5년 후에는 올해보다 3배 이상 많은 5조81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2년 기준 세부산업 규모는 수의진료가 35.1%로 가장 많았고 이어 관련용품(34.8%), 사료(28.0%) 순이었다. 반면 장묘나 보호서비스의 경우 2.1%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같은 해를 기준으로 할 때 가장 많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는 전체 가구의 17.9%인 359만 가구가 556만 마리를 기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보다 반려동물 시장이 먼저 발달한 미국 일본의 경우 시장 규모는 훨씬 더 크다. 미국 반려동물산업협회(APPA) 통계를 보면 지난해 580억 달러(68조1300억원)였던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올해 처음으로 600억 달러(70조4800억원)를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 최대 시장 일본은 큰 성장세는 아니지만 안정적인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지난해 1조4412억엔(13조7000억원)이었던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올해는 1조4549억엔으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은 시장이 커지면서 산업 역시 정보통신 기술 등과 결합해 세분화·전문화 되는 추세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반려동물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건강 관련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후지쯔는 2012년부터 3D 가속도 센서를 반려동물에게 부착해 보행 수와 움직임, 온도 등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왕던트(wandant)’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다. PC나 스마트폰 등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를 업로드하면 언제 어디서든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통신사인 NTT도 등록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진단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캐시미어 의류 등 고급 제품 먼저 찾기도

2012년 서울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문을 연 반려동물 용품 숍 ‘펫 부티크’. 국내 백화점 중 유일하게 직영으로 운영하는 매장으로 영국산 극세사 쿠션이나 100% 원목 밥그릇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판매한다.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맞춰 다양한 업종에서 제품 및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유통업계 중에선 대형마트가 가장 적극적이다. 이마트는 2010년 이마트 트레이더스 구성점에 토털 솔류션 전문 매장인 ‘몰리스펫샵’을 처음 오픈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반려견 이름을 딴 매장으로 현재는 이마트 18개점을 비롯해 모두 27개 점포에 입점해 있다. 이마트는 반려동물 자체브랜드(PL)인 ‘mmDogs’와 ‘mmCats’를 지난해 11월부터 ‘Molly’s’로 리뉴얼하기도 했다. 롯데마트도 2012년 송파점에 ‘펫가든’을 처음 선보인 후 이달 현재 26개 점포에서 운영하고 있다. 일반 애완용품 매장에 비해 3배 정도 많은 상품을 갖추고 있다. 홈플러스는 2013년 동수원점에 ‘아이러브펫’을 개점한 후 12개 매장에서 운영 중이다.

정보통신기술(ICT)기업들의 서비스도 올해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일본 후지쯔의 왕던트와 유사한 단말기 ‘T펫’을 출시했다. GPS와 활동량 측정 센서를 탑재해 위치 확인부터 활동량 분석 등의 기능을 담았다. LG유플러스도 지난달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음식을 주거나 칼로리 소모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사물인테넛(IoT)서비스 ‘펫 스테이션’과 ‘스타워크’를 출시했다. KT는 지난 2월 올레tv를 통해 반려견 전용 오디오 채널 ‘도그 앤 맘’을 출시했다.

반려동물 산업의 고급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2012년 강남구 명품관 웨스트 1층에 ‘펫 부티크’를 연 후 올해 매장을 리뉴얼했다. 국내 백화점 중 유일하게 백화점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반려동물 숍으로 100만원대의 의류나 관련 상품을 갖추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는 MBC 복면가왕의 가면을 제작하는 황재근씨와 협업한 반려견 의류도 선보인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연 평균 20% 이상씩 신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무역센터점, 압구정점, 판교점에 고급 반려동물 브랜드인 ‘루이독’이 입점해 있다. 고급 소재인 캐시미어를 활용한 의류 등도 판매한다. 김준호 루이독 프로젝트팀장은 19일 “몇 년 사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오가닉이나 캐시미어로 만든 고가 제품을 우선적으로 찾는 고객들도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지출하는 가구당 월 평균 비용은 13만5632원으로 적지 않았다.

반려동물 용품 수요를 감안해 2012년 3월 롯데마트 송파점에 문을 연 ‘펫가든’. 전국적으로 26개 점포가 운영 중이며 동물병원, 미용, 호텔, 놀이터, 아쿠아리움까지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받을 수 있다. 롯데마트 제공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는 것만큼 관련 시장에 참여하는 업체 수도 급증해 과당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사료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사료 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지만 시장 포화로 업체별로 성장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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